「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문열의 소설제목이 요즘 공군상황을 꿰뚫고 있다. 하늘을 지키는 공군이 끝없는 사고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군은 27일 이모전투비행단장을 포함한 4명의 장성인사를 실시했다. 평상의 보직교체로 보이지만 일부내용은 문책성이었다.
5월20일, 훈련중이던 F4E팬텀기가 바다에 떨어져 조종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 6월10일 같은 팬텀기가 산으로 추락, 역시 2명의 조종사가 숨졌다. 7월17일 경부고속도로에서 트럭과 부딪친 지프에 타고 있던 조종사 2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다달이 참사가 일어나 소중한 조종사 6명을 잃은 것. 그것도 모두 전비단에서 발생했으니 공군의 인사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F4E 대당 가격은 70억여원, 소령조종사 1명의 양성비용은 3억4천4백여만원. 비행사고는 돈을 잃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가뜩이나 모자라는 조종사 손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공군내부의 군기와 사기가 문제다. 기강이 깨지면서 사고가 겹쳐 일어나고 그 때문에 사기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공군엔 『평화때 쌓아 놓은 힘은 전투시의 피를 절약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훈련과 준비중에 피를 흘려야 하는 위험이 잇따르는 곳이 바로 군대다. 그렇다고 사고를 없애기 위해 훈련을 멈출 수는 없다. 훈련사고는 군대의 필요악이다.
하지만 같은 부대에서 달마다 비행기가 떨어지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상황은 그런 논리로 변명할 성질이 아니다. 직업군인의 책임감은 무모한 모험심에 있지 않다. 특정부대의 잘못만이 아니라 공군 전체에 군기가 사라졌다는 질책이 있을 뿐이다. 3월3일 전용헬기추락으로 조근해총장이 숨졌던 공군이 아닌가. 총장상중이던 3월7일, 주번사관의 인솔로 술마시러 나갔다 돌아오던 사병 4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해 다른 군으로 부터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공군이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이다.
공군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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