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속도싸고 알력… 김달현 항명 좌천”/군부도 파벌심각… 대대적 인사 가능성 강명도·조명철씨등 북한 고위층의 친인척이 귀순해옴에 따라 북한권력 내부 알력의 일단이 밝혀지고 있다.
강씨등의 회견내용중 주목을 끄는 것은 강성산정무원총리와 김달현전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이 모두 경제통이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우리측 기업과도 여러경로를 통해 인연을 맺어온 김전부총리는 한때 권력서열 17위의 정치국후보위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7일 돌연 해임돼 그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을 낳게 했었다. 이번 김일성장례위원명단에 나타난 그의 서열은 1백40위.
강씨의 증언을 토대로 김전부총리는 김정일체제하에서 지위가 부상하고 이번엔 반대로 강성산은 격하되는등 명암이 뒤바뀔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강씨에 의하면 김달현은 강성산이 함북도당책임비서로 재임중이던 88년 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장으로 취임한뒤 92년 강성산이 총리로 복귀한 뒤에도 북한경제의 운용과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강총리의 반발을 불러 왔다는 것. 강총리는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김전부총리의 「항명」에 대해 여러차례 불평을 했으나 그때마다 김정일이 김전부총리를 감쌌다는 것이다. 김달현이 관직을 박탈당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른바 제2경제권인 군수산업으로 돌아갈 전역의 30%를 민간부문과 탄광으로 돌리는 조치를 취한 것. 군부와 강총리가 김일성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자 김일성은 『남조선과 미제가 침략할지도 모르는데 군부를 약화시키려 한다』면서 김달현을 크게 질책했다.
김달현의 처는 강씨와 가까운 친척이어서 그의 증언은 일단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김달현의 집을 찾아가자 김일성의 질책에 충격을 받고 앓아누워 있었고 곧 그의 해임을 발표하는 정무원 정령이 나왔다는 것이다.
강성산과 김달현은 모두 경제개방을 추진하는 경제전문가이나 강은 당에서 잔뼈가 굵어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이념의 테두리에서 개방을 추구하는 인물이며 반면 김전부총리는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실리적 개방파로 노선이 다르다는 분석이 있어왔다. 조문행사 장면등에서 김달현은 자신의 서열보다 앞서서 자리를 잡는등 다시 중용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군부내의 다툼도 이미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증언. 강씨에 의하면 북한 군부는 오진우파, 오극열파, 이봉원파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인데 이봉원대장은 현재 인민군 총정치국부국장으로 차기 군총참모장으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 실세이기는 하나 독자적인 파벌을 형성할 정도의 세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았었다.
빨치산1세대인 오진우와 2세대인 오극열간의 갈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왔는데 향후 권력개편에서 오진우가 2선으로 퇴진할 경우 군부내의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이번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강씨가 오진우의 교통사고를 설명한 부분은 과거 귀순자들의 증언과 조금 다르다. 과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오진우는 85년께 김정일과 오극열문제를 놓고 심하게 다투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고 이 때 김정일이 헌신적으로 치료를 해주어 김정일에게 복속하게 됐다는 것. 오진우와 오극열은 군사현대화노선을 놓고 심하게 다투었고 그 결과 오극열이 해임된뒤 후임 군총참모장이 된 것이 최광이다.
강씨등은 그러나 김정일이 이미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층의 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 세대간, 노선간 갈등은 이번에 다시 확연하게 드러난 셈인데 김정일이 이같은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며 권력개편을 이루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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