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넘어 「과거규명」 큰 이슈로/한·미 등 대응자세에 중대 변수 『북한은 지난 93년에 이미 5개의 핵폭탄 개발을 완료, 보유하고 있다. 금년말까지 10개를 완성할 계획이다. 10개를 확보하면 공개할 것이다』 북한의 강성산정무원총리의 사위인 강명도씨는 28일 귀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은 남한이나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협상용 카드」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강씨의 이같은 폭로는 그가 귀순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지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구나 그는 북한에서 「깊은 곳의 내밀한 정보」에 접근할수 있었던 신분을 갖고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핵문제는 0.1% 가능성의 여지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전제아래 『만약의 경우 북한이 반개의 핵을 가졌다고 해도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철칙을 지켜오고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미양국은 「북한이 실제로 핵폭탄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개발하고자하는 의욕은 확인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북한과의 핵협상을 이끌어 왔던 것이다. 즉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내세워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경수로 원전으로의 전환이나 북미관계개선을 통한 경제협력등―을 얻어 내려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강씨의 「증언」은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은 물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등의 국제적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강씨의 주장을 확인해 내는데 모든 외교력을 모아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강씨의 주장을 1백% 믿을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이 2∼3개의 핵폭탄을 가질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항상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정부가 북한핵문제에 대해 현재와 미래의 투명성은 물론 과거의 투명성까지 입증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씨의 주장을 계기로 북한의 과거 핵투명성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이 문제가 명백해 지기 전에는 북미3단계회담이 개최돼선 안된다거나 최소한 북미회담의 주요 의제로 이 부분이 언급돼야 한다는 견해가 주조를 이루게 될 것이다. 또 「북한의 핵동결」을 『앞으로 핵개발을 중단한다』는 수준으로 이해하려는 미국내의 일부 견해에도 제동을 걸어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관계자는 『내달 5일부터 개최될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에서 이 문제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조만간 미국측에 전달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앞으로의 핵투명성만을 고집한다면 한미간의 의견조율도 원점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강씨가 『북한이 핵문제를 협상카드가 아니라 군수산업을 민간산업으로 돌려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중요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정부가 『북한이 핵투명성을 완전하게 보장한다면 적극적인 경제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혀온 대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과거의 핵을 폐기하거나 투명성을 확인시켜 준다면 북한이 원하는 경제협력에 나설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과거」를 묻어둔채 미국과의 「향후」협상만을 요구한다면 우리정부는 이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IAEA를 통한 새로운 사찰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IAEA도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흔적이 있음을 주장하며 특별사찰을 요구해놓고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강씨의 폭로는 북한핵문제가 보다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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