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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중진 3인의 「문단대잔치」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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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중진 3인의 「문단대잔치」 감회

입력
199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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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단의 대화합과 문학중흥을 위해 5백여 문인들이 3일간 경주에서 벌인 대토론과 만남의 잔치가 26일로 모두 끝났다. 이 대회는 문단사상 초유의 대규모 행사였을 뿐 아니라, 문학적 입장의 차이로 수십년간 멀어져 있던 문인들 간의 골을 메우고 교류의 다리를 놓았다는 점 등은 특기할 만하다. 참여했던 원로·중진문인들로부터 이 대회에 대한 평가를 들어 본다.<편집자주> ◎구상/“모처럼 만남… 「유종의 미」 거둬”

 여러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 행사를 계기로 서로를 알 수 있었다. 대회장으로서 행사가 잘 끝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좋은 행사를 마련해준 한국일보사에 고맙다.

 이번에 문사들이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잘 조화가 돼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때와 달리 문인들이 억세게 점잖았다. 특별한 사고도 없었고 좋은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학인대회」를 계기로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분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름이 있기에 같음이 있고, 같음이 있기에 다름이 있다. 그것이 문학이다. 사회의 현실이 다르고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이제 그것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표현할 때이다.<시인·대회장>

◎고은/“친교·문학성찰의 좋은 기회”/

 3일 동안 유서 깊은 경주에 모여 이렇게 서로 친교를 나누고, 서로의 문학을 성찰할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지난날의 문학을 점검해 보고  문학이 미래에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질문할 수 있었다.

 세미나도 있었고 재미있게 놀 수도 있었다. 좋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커다란 축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문학인대회 선언문」이 나오지 못한 것을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한결같이 하나의 뜻으로 뭉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같은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렇게 모여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오히려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다.<시인>

◎김병익/“「문학공동체」 공감한 큰 모임”

 이념과 계파를 넘어서 사상 초유로 문인들의 큰 모임이 이뤄진 것은 문단의 경사였다. 사상과 계파는 물론 노소의 세대차와 지역간 소원감을 모처럼 벗어나 한국문학의 과거·현재·미래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모처럼의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그동안 계파별로 각종 행사나 모임이 별도로 치러져 「작은 공동체」가 강조돼 왔던게 현실이었는데 이번 행사는 이러한 작은 공동체를 포괄하는 더 큰 「문학공동체」, 혹은 「문학사회」가 있음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문학자체가 창작자 개인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행사가 문인들의 창작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큰 테두리내의 하나임을 확인한 이 모임은 개인에게도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선언문이 채택되지 않은 것은 다소 유감스럽다. 다른 한편으론 이 골을 메워야한다는 당위적인 문제를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다고 본다.<문학평론가>

◎재미시인 최연홍의 소감/“모국에의 「죄의식」 씻은 기쁨이…”/귀향 반겨준 문우·독자 모두에 감사

 밖에 사는 사람들이 어머니의 나라를 찾아옴은 언제나 설렘이다. 서울에서 경주를 찾아감은 반가움, 고마움의 절정이었다. 반가움은 오래 떠나 산 나에게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름으로만 알고 지냈던, 아니 그들의 작품으로만 대했던 문우들을 만나는 기쁨이었다.

 서울의 군중 속으로 숨어버리던 나의 모국에 대한 「죄의식」, 1960년대의 서울의 모습이 어설프게 남아있는 광화문· 종로· 을지로에서도 어쩔 수 없었던 나의「죄의식」이 이번 경주·칠포해수욕장에서 깨끗하게 씻어져 내렸다.

 귀향을 반겨주는 문우들이 고마웠다. 30년 전에 헤어진 친구들, 내 시를 읽으며 문학 소년기를 보냈다는 젊은 시인들이 2박3일의 내 인생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세상의 어느 나라에 이런 화려한 문학인대회가 있을까?  LA 타임스 서평란에 시집은 아예 빠져 버렸다. 시를 읽는 독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베스트 셀러만 문학으로 남아 있는 미국 땅에서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는 문학을 위해 돈 한 푼도 쓰지 않는다. 펜클럽이 정기적으로 모인다거나 문예창작기법을 가르치는 소규모 모임이 열리고 있을 뿐이다.

 1963년 데뷔한 뒤 한국일보 1면에 내 시가 게재될 때 마다 나는 시인으로서 최고의 특권을 누리고 살았다. 그 한국일보만이 해낼 수 있는 큰 행사가 한국문학인대회가 되었다. 시인, 작가, 평론가, 수필가, 아동문학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들의 문학적 성장과 성취를 위해 마음쓰는 신문이 또 있는가?

 한국일보와 문학은 이제 서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개체가 되어 버렸다.

◎김남조-K라디오 전화대담/“이번대회 오랜 추억거리 될것”/한국문학 반세기조망 커다란 의의

 KBS 1라디오는 26일 박찬숙앵커가 진행하는 「여기는 라디오정보센터입니다」(낮12시20분∼하오2시) 시간에 한국문학인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주 코오롱호텔을 연결, 문인대회의 의의와 성과를 10분동안 방송했다. 박앵커와 시인 김남조씨의 전화대담으로 꾸며진 생방송에서 김시인은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한국 문학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공감대를 확인하고 우의를 다졌다는게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이번 대회가 오랜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앵커와 김시인의 일문일답.

 ―먼저 3일간 일정의 한국문학인대회가 어떻게 열렸는지요.

 『한국일보사가 창간 40주년을 맞아 내년에 맞이할 광복50주년과 한국현대문학 반세기를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반세기를 조망해 본다는 뜻으로 큰 잔치를 열어준 것입니다. 25일 고은씨가 절실하게 기우제를 지낸 덕인지 지금 경주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문학인대회는 처음이 아닌지요.

 『이번처럼 대규모 문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6백명 가까운 문인들이 함께 식사하고 5년, 10년만에 반갑게 만나 서로 늙어가는 모습들을 정감어리게 바라보고 얘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앞으로 이같은 문학인대회가 계속 열리게 됩니까.

 『그것은 바라기 어렵다고 봅니다. 문화행사를 많이해온 한국일보사측에서 그동안의 체험을 토대로 총집결된 열정으로 마련했으니 가능했지 문인들 자신들이 이런 큰 대회를 스스로 마련하기엔 힘들다고 생각됩니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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