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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의 대열/이현주 문화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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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의 대열/이현주 문화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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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덥기만 한 25일 하오 경북 경주 시내에서 조금 외진 코오롱호텔까지 3백여명의 문학지망생과 애독자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한국문학인대회의 「독자를 위한 문학 대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한 대열이었다. 문학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이들은 박경이와 이문열이라는 대작가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문학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어떤 지혜라도 얻고자 하는 기대로 긴장되고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강연자들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고, 녹음을 했다. 길이 막혀 예정시간보다 많이 늦게 강연장에 나온 이문열씨를 끝까지 기다렸고 그가 강연장에 나타나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박경이씨는 「문학과 삶」, 이문열씨는 「문화에서의 투입과 산출」이라는 제하로 각각 강연을 했다.

 박경이씨는 『나는 「여류작가」라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여류작가이기 이전에 나는 작가다. 남성을 이겨보려고 한 적도 없지만, 남자들로부터 하대받기도 싫다』고 말해 여성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생명에 대한 연민이 없으면 작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문학관은 단단하고도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이문열씨는 『전업작가이기 때문에 때론 쓰기 싫은 작품도 써야 할 때가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이었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상황에 밀려 쓴 작품이어서 역사성과 사회성이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한 여고생은 『박경이씨의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는데 작가를 직접 만나니 책에서 느꼈던 끈끈한 정 같은 게 실감이 간다』라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한 주부는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낮 12시부터 기다렸다. 「문학은 생명에 대한 공경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박경이씨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90년대 들어 문학인들은 영상매체와 상업주의 소설에 밀리는 문학의 현실을 비관했다. 그러나 이 행사에서 느낀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사랑하고, 작가의 실체적인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끊임없이 다가가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확인시켜 준 강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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