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깨어있으라는 책무가… 『타는 논과 마르는 강을/ 눈물겹게 바라보며/속으로 뇌느니/ 비님이여 오소서… 문학인 대회에서 보게 될/ 문학친구들의 마음을 모아/ 비님이여 오소서』
한국일보사가 창간 40주년을 맞이하여 24일부터 26일까지 고도 경주에서 개최한 한국 문학인대회의 개막은 사회를 맡은 김수남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그 창창한 음성으로 박재삼시인의 「마음의 기우제」한 귀절을 읊는 것으로 시작됐다.
서울에서 문인열차를 함께 타고 내려간 4백여명의 문인들과 각 지방에서 참여한 1백여명의 문인들, 모두 5백여명에 달하는 문인과 여러 예술계 인사등이 한 자리에 모인 이 자리는 명실상부한 문화축제의 자리요, 뜻깊은 문학의 큰 잔치였다. 그것은 참여한 문인의 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각 문학단체, 각 지역, 각 분야를 망라한 문단의 원로와 중진과 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며 성공적 모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칩거하던 원주에서 14년만에 외출한 박경이선생도 있었고 나폴리의 동양학 대학 교수로 한국문학작품을 번역 소개하고 있는 이탈리아인 리오토씨같은 이도 있었다.
『여러분! 반갑고 고맙고 기쁩니다』라고 인사하는 대회장 구상선생의 개회사에 이은 대통령의 치사, 김성우조직위원장의 『문학에 대한 애정, 문학인에 대한 경의로써 문학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하여 전국의 문학인 여러분을 이 자리에 초대하였습니다』라는 환영사, 김남조선생의 축시 낭독과 조병화선생이 지은 문인찬가를 박인수교수가 열창하고 드디어 문인의 등대가 점화되었을 때 코오롱호텔 오운홀을 가득 메운 문인들은 참으로 반갑고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뜨거운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에밀레신종의 타종으로 이어진 개막축제는 한층 흥겨움을 더하여 주었다. 경주시민합창단의 문인찬가, 「문인에게 바치는 잔」 봉정, 영상을 통하여 보내준 국민들의 축하 메시지, 「향수」 이중창, 김복희 무용단의 축무, 안숙선씨의 축창, 한울림예술단의 사물놀이 등은 이 자리의 문인들에게 손님이면서 동시에 주인으로서의 자리에 앉는 뿌듯함을 안겨주기에 족한 것이었다.
마당에서 베풀어진 만찬순서에서는 축포가 울리는 가운데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화합과 단결의 축배를 높이 들었다.
이런 흥겨움이 넘치는 잔치 마당에서도 우리의 눈길은 자주 하늘로 갔고 먼 산야를 살피기도 했다. 실로 이 자리에 모인 문인들의 하나로 합친 마음과 정성이 높은 하늘을 감동시켜 마른 땅과 산천초목을 적셔줄 단비를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하였기에 『비여 내리소서』라고 고은선생은 축배의 말을 외치기도 했다.
「한국문학의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이번 대회의 주제강연이 25일 아침 이어령선생, 고은선생 두 분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곧 이어 주제별 토론이 진지하게 이어졌다.
최원식교수, 김용직교수, 김병익선생 세 분은 발제강연을 통해 한국문학의 어제를 성찰하고 오늘을 진단하며 또한 내일을 조망하는 가운데 문인의 사명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한국문학의 진로 모색의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하오 2시30분 다시 오운홀에서는 박경이 이문열 두분 소설가와 독자들과의 반가운 만남의 자리가 이루어졌다. 2백명이 넘는 청중들은 두 분의 체험적 문학론에 귀 기울이며 우리 시대의 가장 귀한 작가 두 분을 만나는 감격을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창작인과 향수자, 작가와 독자가 격의없이 마음을 합치는 감동의 물결이 잔잔히 넘치고 있었다.
한편 칠포해수욕장에서도 시낭독회와 작가와의 만남이 열려 참여한 독자들은 훌륭한 문화휴가의 보람을 기뻐했다.
이 대회의 빈틈없는 준비와 진행을 위하여 숨어 일한 분들의 노고가 행사 과정을 통하여 역력히 드러났기에 감사하는 마음은 더욱 컸다.
나 개인으로 감동스러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대회상징표지였다. 사람 모양의 갑골문자 「문」에 심장이 살아있는 그 표지는 『문인이여 언제나 깨어 있고 살아 있거라』라고 말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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