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홍콩 홍수… 남미선 이상한파/중국선 폭우·가뭄 “이중고”도/학계 뾰족한 원인분석 못해 세계가 가뭄과 폭서, 그리고 홍수와 이상저온 등 온갖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중미 중국 중동부 지역은 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는 반면 인도와 중국 남부, 홍콩은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숨지는 기상재해를 겪고 있다. 특히 남미 일부지역은 겨울철이지만 평소보다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이상저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학계는 올해 기상이변에 대해 뾰족한 원인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미의 니카라과와 푸에르토리코는 최악의 가뭄을 맞고 있다. 니카라과 정부는 15년만의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는가 하면, 이재민이 발생, 주요 식량을 배급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최근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2백만명에게 단수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호주의 가뭄도 사상 최악이다. 주요 밀경작지인 퀸즐랜드와 뉴 사우스 웨일스 등 2개주가 몇달간 계속된 가뭄으로 일부에서는 아예 파종을 포기했다.
스페인도 북부지방을 제외하고 수은주가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서와 오랜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는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25일 현재 6백20여명이 숨졌으며 8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국은 이달초 조지아주등 남부지역에 엄청난 물난리를 겪었다.
반면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등 남미 일대는 20년만의 이상한파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원인은 남극지방에서 발생한 냉기류 때문. 이상저온현상은 지난달 26∼27일부터 시작돼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7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일을 전후해 산타카타리나주에 눈까지 내리는 바람에 커피와 채소등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은 남부의 극심한 홍수와 중동부의 가뭄으로 이중의 재난을 겪고 있다. 남부 광서지방에서는 지난주의 집중호우로 수확을 앞둔 곡물 10만톤이 못쓰게 됐으며 특히 지난 5월 이후 1천4백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에 동부의 안휘성에서는 가뭄으로 전체농토의 69%인 2백67만가 황폐화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왜 일어날까. 지금 세계 기상학자들의 관심은 온통 이 문제에 쏠려 있지만 아직 뾰족한 답은 없다. 예년의 기상이변은 대개 엘니뇨현상(서태평양 적도 해수면의 온도가 평상시와는 달리 갑자기 높아지고 이 더워진 해수가 적도를 따라 남미의 서해안에까지 이르는 현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엘니뇨현상도 거의 관측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임규호교수(40·대기과학)는 『최근의 기상이변은 전문가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의아해 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 현상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직접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기가스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등 온실가스의 증가, 오존층 파괴, 사막화 현상등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은 지구온도의 장기적인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만 단기적인 이변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상연구소 오재호실장(42)도 『올해의 기상이변은 이변이라기 보다는 매년 순환적으로 나타나는 기상현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기상 선진국에서도 아직 이렇다할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몇년전부터 「토가(TROPICAL OCEAN AND GLOBAL ATMOSPHERE:열대해안·전지구대기)」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지구 전체의 대기순환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기상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인공위성과 비행기를 통한 관측결과는 각종 기상이변을 이해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달 1일부터 프랑스의 툴르즈에서 이에 관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리지만 아직 데이터 분석이 끝나지 않아 당장 해답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이광일기자>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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