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으로부터의 「추대작업」중인듯 김일성사후 북한 「수령」의 공백기간이 자꾸만 길어지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사망 후 보름, 장례식 후 4일이 지난 23일 현재까지도 김일성이 갖고 있던 노동당 총비서직과 국가주석의 후계자에 대해 일체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해 온갖 추측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김정일과 혁명1세대간의 권력암투 때문 이라든지 아니면 요직을 놓고 당·군·정간의 주도권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들이 그것이다. 심지어는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왔기 때문이란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들은 어느 것 한가지 확인되지 않은 「억측」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내부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오히려 『우리식 잣대로만 보려하지 말고 북한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이해하면 이상할 것도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북한의 경우 당중앙위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김정일을 「추대」하기 위해서는 거미줄 처럼 상호 연결된 당·군·정조직과 생산단위별 하부조직들이 먼저 각종 정치집회와 충성결의대회를 통해 뜻을 수렴하는 사전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북한은 22일 용성기계공장 노동자들의 충성결의대회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서방에 공개함으로써 이미 각급 생산단위별로 김정일추대작업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또 이같은 충성결의대회는 각 생산단위뿐만 아니라 도당·군당과 같은 노동당 지방조직, 인민군과 사노청·농근맹·직맹·여맹등의 각 하부조직에서도 한창 진행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으로 굳이 권력암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권부의 핵심층에 모종의 「갈등」이 야기됐을 가능성은 물론 배제할 수 없다. 즉 김정일이 김일성이 가졌던 직책을 모두 물려 받더라도 현재 그가 맡고있는 당중앙위 조직비서와 국방위원장, 군최고사령관직 등을 과연 누가 물려받을지도 간단찮은 일일 뿐더러 정치국 상무위원의 충원문제, 부주석 선임문제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과정에서 고령의 혁명1세대들과 신진 테크노크라트들 사이에 자리다툼이 야기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중앙위원 1백85명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백87명이 지난 11일 평양에 집결한 후 거의 보름 가까이나 머물면서 비밀회의 한번 안가졌거나 또는 이미 회의를 열어 김정일추대를 마쳤으면서도 지금까지 발표를 미뤄온다면 그 자체가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장례식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이틀을 연기, 장례식과 추도대회를 분리시키면서까지도 수령자리는 계속 공석으로 놔두고 있는 점이나 20일 장례식때 김영남외교부장의 추도사와 23일 평양방송의 「정론」이 김정일외에도 「당중앙위원회」와 「단결」을 특별히 강조한 점등으로 미루어 김일성이란 카리스마의 갑작스런 부재로 인해 그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됐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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