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는 지난 20일 「의료보장개혁과제와 추진방향」을 발표, 전반적 의료보험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이 발표를 통해 보사부는 이원화된 의보관리체계의 96년이후 통합을 적극 검토하겠다던 약속(93년 10월 송정숙장관의 정기국회답변)을 뒤집었다. 각종 부작용이 예상돼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조합간 재정조정사업등으로 실질적 통합효과를 거두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년도 안돼 정책이 바뀐 셈이지만 정작 주목할 부분은 「국민의 높아진 의료욕구를 충족시키는데는 현재의 공보험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의료보험제와 자비병상제를 도입하겠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험회사가 의보 미적용분야의 진료를 상품화해 운영케 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줄여준다는 민간의보제가 민자유치를 통한 사회간접자본 확충계획과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의료보험을 포기하고 자기 돈으로 더 좋은 진료를 받게 하는 자비병상제의 부작용은 더 크리라고 판단된다.
보사부는 이 제도가 하향평준화된 의료서비스에 불만이 많은 환자들에게 선택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고 의료인들에게 팁을 주는 현실을 차라리 양성화하자는 생각도 한 것같다. 이에 따라 보사부는 자비병상을 운영할 독립병동, 전문병원을 허가하거나 기존 의료기관에 자비병상을 일정비율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특진은 더 유명무실해지고 의료인력과 장비, 진료의 편중등으로 진료왜곡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환자의 상품화, 환자들간의 위화감도 예상된다. 공보험을 더욱 육성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강제성 사회보험인 우리나라 의보의 근본성격을 변질시키고 의보 이원화를 부추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통부는 택시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승객들의 고급화요구에 부응한다며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88택시를 도입한데 이어 92년부터는 모범택시를 운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소형택시는 소멸되고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은채 요금인상효과만 남은 행정선례도 있다.
보사부의 개혁방안은 의료보장개혁위원회가 6개월여의 연구와 여론수렴끝에 제출한 건의안을 토대로 수립된 것이다. 이 건의안에는 자비병상제가 들어 있지 않았는데 보사부가 삽입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의료기관의 운영난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자비병상제는 기여입학제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기여입학제는 취지가 좋은데도 수년째 논쟁만 계속될뿐 지배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민감한 문제 아닌가. 자비병상제도는 재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