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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체제 앞날과 한반도/미 카네기협의회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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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체제 앞날과 한반도/미 카네기협의회 세미나

입력
199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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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중개방정책 관심”/경공업·국제협력 중시하는듯/내부투쟁·숙청과정 필연/후계정착 여부 두고봐야 미 카네기협의회(회장 로버트 마이어즈)는 21일 뉴욕에서 한반도문제 전문가 20여명을 초빙,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의 앞날와 한반도정세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각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일평교수(코네티컷대)

 김정일은 지난 20년간 4백여편의 글을 썼다고 외부에 소개돼 있는데 이중 두 권을 읽어본 결과 그는 유교적 기반을 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책에서 그는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국가 중심의 계획경제를 중요시하고 있으나 과거 소련과는 달리 소비제품과 경공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자급자족의 주체사상을 강조하면서도 국제적 경제협력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그는 오늘 날 세계가 상호의존적 구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일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을 크게 동경하고 있다. 따라서 그 스스로도 개혁과 개방정책을 통해 권력의 정통성을 확립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흔히 절대권력자가 죽고나면 권력투쟁이 벌어지지만 대만처럼 장개석총통이 장경국에게 권력을 세습시켰으나 정치적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다.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날지, 권력세습에 성공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제임스 릴리(전주한미대사)

 북한이 지난 50년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투쟁과 숙청과정이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 김일성은 해방후 북한에 주도권을 잡는 과정에서 조만식과 연안파, 소련파, 남로당, 군부등 정적들을 모두 제거했다.

 그레고리 헨더슨은 저서 「소용돌이의 한국」(KOREA:POLITICS OF VORTEX)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사회에는 김정일의 가족을 비롯해 파벌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군부중 해군만이 김정일에게 충성을 언약했다.

 김정일은 중국을 좋아한다. 그러나 중국이 그를 좋아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올해 초 중국군 지도부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강력한 메시지를 김정일에게 전했다. 그것은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군사행동을 취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앤드루 나단 교수(컬럼비아대)

 김정일체제의 전망은 회의적이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정권의 붕괴에서 보듯 독재자들은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기가 힘들다. 김정일의 몰락은 주변정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승계정권 그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자고리아 교수(헌터대)

 김정일의 앞날을 낙관하는 사람은 너무 낙관적으로, 비관하는 경우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문제다. 요즘 전문가마다 북한정권의 앞날에 대해 전망을 내놓고 있어 「평양학」(PYONGYANGOLOGY)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김정일의 장래는 지금으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소련은 망했지만 70여년을 지속해 왔고 김정일의 권력세습은 20년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데이비드 생거(뉴욕타임스 전도쿄특파원)

 우리는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한국과 일본의 역할은 과소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 양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투자능력을 대북협상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

 K A 남궁 교수(시톤홀대)

 김정일이 확고히 권력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본다. 북한이 핵협상에서 원하는 것은 경제원조가 아니다.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국가의 정통성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다.<뉴욕=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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