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당중앙위」강조… 통치틀 변화시사/월말 당전원회의 「보고」에서 모습드러날듯 지난 20일의 추도대회까지 12일간의 김일성장례기간동안 북한측에서 나온 몇가지 단서들을 놓고 정부관계자들은 향후 김정일정권이 어떤 성격을 띨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북한의 확연한 정책노선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당중앙위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의 「보고」의 발표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김정일이 지금까지 공식적인 「교시」를 밝히고 있지 않은데 대해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선 「상주」라는 점, 그리고 북한정권의 관례상 최고당국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드물다는 점에서 김정일의 본격적인 정책구상은 길게는 연말에 발표되는 신년사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하나의 체제로서 장기존속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적 1인통치를 탈피, 정치구조의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 집권층내부의 세대교체등 두 가지의 큰 과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관계자들은 이 과제들이 모두 장기적인 준비작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당분간은 착수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금주내에,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당중앙위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등 정치행사를 치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성사후 북한방송에 나타난 정치동향과 20일 추도사등으로 미뤄볼 때 김정일이 당총비서, 국가주석, 당군사위원장등 최고위직을 모두 계승하게 될 것이라는게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이들 정치행사 까지는 정치노선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김정일체제는 카리스마적 통치체제가 제도적 통치체제로 이행하는 과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김정일은 정권수명의 전반기에는 김일성의 후광을 업은 카리스마적 통치법을 구사하다 후반기에는 개인보다는 당등 권력조직을 내세운 제도적 통치법으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생존을 위해 필연적인 권력층내 세대교체, 개방등 정책전환은 이같은 전체체제의 변화과정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면서 『올해안에 북한의 체제가 새 면모를 보일 것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일체제하에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조짐은 20일의 추도대회에 일부 나타났다. 이날 김영남부총리겸 외교부장의 추도사, 평양방송의 「정론」등은 『김정일을 중심으로한 당중앙의 영도를 확립할 것』 또는 『김정일을 중심으로하는 당중앙위원회의 두리에 단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일성시대에 비춰볼 때는 이례적으로 당중앙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 이같은 주장은 국가위에 당, 당위에 수령이 있는 1인통치 형태가 「당적 지배체제」라는 제도통치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통일원등은 주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김정일을 「또하나의 수령」으로 미화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어 과도기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전문가들은 김정일은 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정무원의 위상을 강화하는 사이비 집단지도체제로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김정일은 집권기간중 스스로를 「민족의 태양」에서 한사람의「국가수반」으로 격하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역설적으로 이같은 자기 격하작업을 얼마나 순조롭게 할 수 있는가가 김정일체제의 안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세기에 걸친 김일성의 「신화」시대에서 현실적인 「인간」시대로 넘어가는 가교역할을 김정일이 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새 정권 ,나아가서는 북한체제가 얼마나 존속하는가를 가늠하는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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