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감염자 천백명… 사망만 3백여명/“국가간접살인”비난 끓어/파비우스 유죄땐 사회당 회복불능 위기 「세기의 스캔들」「에이즈게이트」라고 불려온 프랑스 보건당국의 에이즈오염혈액 공급사건이 또다시 프랑스사회와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프랑스의 최고법원격인 파리법원 검찰부는 18일 이 사건이 발생했던 85년 당시 관련책임자였던 파비우스전총리와 뒤푸아전사회부장관, 에르베전보건부차관등 고위관리 3명의 혐의여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2년 프랑스 전역을 분노와 비난으로 들끓게 했던 이 사건은 그해 10월 공판이 끝남에 따라 일단락됐었다.
조사 결과 파비우스전총리의 혐의가 드러나 유죄가 확정되면 내년 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몰락의 길을 걷고있는 미테랑대통령의 사회당은 회복불능의 정치적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즈오염혈액 스캔들은 국립수혈센터가 지난 85년 3월부터 10월까지 보관중인 혈액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혈우병 환자들에게 수혈하거나 혈액제제로 만들어 공급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은 무려 1천5백여명이며 이중 3백여명은 이미 사망했다.
언론들은 당시 「국가의 합법적 독살행위」 「정부의 에이즈 수혈」등이란 표현으로 국가의 책임한계와 정치적 도덕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립수혈센터는 84년 HIV에이즈바이러스가 발견된 직후의 상황에서 재고혈액의 폐기처분에 따른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우려, 자체적으로 혈액의 오염사실을 확인하고도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통시켰다. 당시에는 미국이 개발에 성공했던 혈액의 에이즈바이러스 박멸처리방식인 가열법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승인이 유보된 상황이었다. 국립수혈센터는 혈액의 오염을 확인한 후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10월에야 비로소 판금 및 수거조치를 내렸었다.
한 시사주간지의 끈질긴 추적과 유가족들의 노력으로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후 92년 6월부터 4개월동안 엄청난 관심속에 공판은 진행됐다. 결국 당시 수혈센터 책임자였던 가레타전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는등 수혈센터의 간부 3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여론은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더 책임있는 정치인을 재판에 세워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의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매우 미온적이었고 수혈센터 간부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파비우스전총리와 관련각료들은 『책임은 느끼나 결백하다』라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이들을 조사할 수 있는 형법적 근거 역시 불충분했다. 여론의 압력과 야당의 공세가 가열되자 각료의 재임기간에 범법사실을 심의할 수 있는 사법고등법원이 지난해 2월 최초로 소집됐으나 시효소멸이라는 결론을 내려 결국 정부에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나 상황은 올해초 우파정부의 형법개정으로 파비우스등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희생자들은 각료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고 「유해물질 관리법」의 제정으로 파비우스등 3명은 희생자 유족 11명으로부터 고소당하게 된 것이다.
공무와 관련된 전직총리에 대한 조사는 국가가 고의든 아니든 간에 무지와 불성실성, 무능력의 결과로 국민을 「간접살인」 한데 대한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지게 됐음을 의미한다. 또 이사건의 사법적 처리과정은 첫 에이즈환자의 사망(81년) 4년후인 85년에야 바이러스의 오염검사법과 박멸법이 개발됨에 따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독일등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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