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원로의 지역정서·제3당론에 설왕설래/「반민자 비민주」분위기 여의원들 차기걱정 박준규전국회의장의 대구행을 놓고 정치권에 설왕설래가 많다. 박전의장이 20일 대구에 내려가 신민당의 현경자후보를 격려하자 각 선거진영은 벌집쑤신듯 시끄러워졌다. 현후보측은 희색이 만면이지만 다른 진영은 박전의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박전의장의 행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후보를 격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대구정서」를 거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정서」를 자극할만한 인물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TK세력의 본산인 경북고 총동창회장이기도 한 박전의장은 다른곳에서는 몰라도 대구에서는 동정을 받고 있다. 그런 박전의장이 대구선거의 요체인 「대구정서」를 건드렸으니 파장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박전의장의 대구행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끈 부분은 그의 「제3당」발언이다. 그는 『양당체제인 현 정치구도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므로 새로운 인물이나 정당이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닥칠 선거와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나온 박전의장의 발언은 무심코 넘기기엔 너무 현실적인 무게를 싣고있다.
박전의장은 현후보를 찾아간데 대해 『박철언전의원과 현후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격려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의미를 배제했다. 하지만 『대구가 정치적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그의 말은 현여권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담고있다. 대구에 퍼져있는 이른바 반민자분위기를 대변한 셈이다.
이같은 대구의 특수분위기에 대해서는 민자당의원들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대구의 여당의원 가운데는 상당수가 벌써부터 다음 선거를 걱정하고 있다. 「반민자 비민주」라는 특수분위기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채 떠도는 수많은 부동표를 노리는 그룹이 나타날만도 한 분위기이다. 박전의장 본인은 정치재개를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말한 「제3당」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부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전의장은 21일 대구에서 종친회관련 회의에 참석한 뒤 서울로 돌아왔다.
현후보를 격려한 것 자체가 선거운동일 수도 있지만 「제3당」등 구체적인 정치행보를 말하기는 아직 빠르다. 대구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묘한 감정의 정치는 보선이 끝나야 비로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같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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