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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가/유주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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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가/유주석(메아리)

입력
199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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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들어 20여일째 섭씨30도가 훨씬 넘는 가마솥 더위속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40도에 육박하는 살인더위를 기록하고 있고 서울도 16년만에 36도의 기록이 깨졌다. 삼복이 끼여 으레 더우려니 하고만 있기에는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 좀체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말에는 어쨌든 아직은 장마철이니까 하는 기대라도 남았었다. 그나마 올해 장마가 이만 끝이라는 18일의 기상청발표로 가뭄과 무더위에 끓는 마음들은 숫제 추슬러 볼 기력조차 잃고 있다. 월드컵축구도 끝났고 다 성사된듯 하던 25일의 남북정상회담 약속은 뜻밖의 일들이 순식간에 엉켜들더니 그만 기약없이 되고 만 것같다. 슈메이커 레비혜성의 21개 조각들이 일자행렬을 이루어 「가미가제식」으로 목성에 돌진, 연쇄충돌하는 사상초유의 우주대장관에 답답한 마음을 기울여 본다. 지구로부터 7억7천만나 떨어진 목성 부근에서 지난해4월 이 혜성을 처음 발견한 뒤 한달이 채 안돼 올해 7월17일부터 6일간 발생한 21번의 충돌을 날짜와 시각까지 계산해 냈다는 사실부터가 신기하다. 우주쇼와 그것이 빚어내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들과 규모, 그 장관에 감탄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지구촌 한 울타리라는 말이 실감나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한여름 밤하늘의 별자리를 낭만에 취해 바라보는 인파가 북적댔을 뿐 실망과 답답한 마음을 더해 준 그저 그런 소동에 그쳤다.

 선진국 과학자들에게 이번 목성과 혜성의 충돌은 비단 환상적인 우주쇼만도, 천체우주학자들의 관심거리만도 아니었다. 핵물리학자들은 지금껏 컴퓨터 모의실험에 의존해 오던 여러 종류 폭탄의 폭발강도 측정실험의 이론을 실제 검증할 더 없는 기회로 삼았다. 또 수소와 헬륨가스가 대부분인 유체상태의 목성이 태양의 구성과 흡사하다는데서 이번 충돌을 분석, 태양과 태양계의 생성, 생명의 연원까지를 밝힐 단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선진국진입을 말하면서 한 나라의 천문대에 적외선 천체망원경이 없어 관측조차 제대로 못하는 과학후진국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초과학투자의 부재는 문제있을 때마다 제기되는 일이지만 국립천문대에 50억원한다는 적외선 망원경 한대조차 없다는 것은 지금 우리 경제규모에 비춰도 너무하지 않은가. 수입품과학, 수입품기술에만 매달리는 만성병이 깊고도 깊다. 7월은 시원한 이야기 없이 이렇게 지나가나 보다.

 전국이 불볕가뭄에 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가뭄과 흉변을 물리치는 주술적 힘을 가진 것으로 믿고 지어 불렀다던 신라때 향가 혜성가가 생각난다. 슈메이커 레비혜성의 출현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우주대장관의 축제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신라때 그대로 하나의 흉조일 뿐인가.<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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