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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공식화·정권단합 과시/북 김일성추도대회 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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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공식화·정권단합 과시/북 김일성추도대회 왜했나

입력
199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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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중심 「제도적 독재」 전환 시사/김영남 당정대표 조정역 가능성 2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중앙추도대회는 북한정권의 화합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동시에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를 공식화하기 시작하는 자리였다.

 북한은 이날 당·정·군과 각계각층의 대표자들을 동원,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다짐케 했다. 북한은 이날 추도식을 김일성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일시대의 출범을 알리는 하나의 분기점으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은 이날까지도 친애하는 지도자, 군최고사령관으로 호칭됐다. 12일간의 장례기간 동안 김정일에 대한 찬양·추대작업이 계속됐으나 정식으로 최고지도자의 위치에 승격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관계자들은 이처럼 등극식이 지연되는 것을 권력승계의 이상징후로 보고 있지는 않다.

 김정일의 추대작업은 이날의 추도대회를 시작으로 당중앙위전원회의를 통한 당총비서 추대,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국가주석 추대등 단계를 거쳐 「점층법」식으로 고조돼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도행사에서는 우선 김정일의 위임을 받는 형식으로 당정을 대표해 김영남부총리 겸 외교부장(정치국위원·서열8위), 군을 대표한 김광진인민무력부 부부장(차수·서열79위), 해외동포를 대표한 허종만조총련부의장, 노동자를 대표한 화력발전소 노력영웅, 농민을 대표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등 5명이 각각 추도사를 낭독, 북한의 핵심계층이 총망라되는 형식을 취해 단합을 과시했다. 미망인 자격으로 김성애가 주석단에 자리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가족의 화합을 내보이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이 서열 2∼7위까지의 상급자들을 제치고 추도사를 낭독했다는 사실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되고 있다. 김영남은 허담이후 외교사령탑을 맡으며 당내 상위서열을 줄곧 유지해 왔지만 권력투쟁과는 일정거리를 유지해 온 중도적 인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열2위인 오진우등에게는 김정일이 추도사를 명령하기가 껄끄러운 상태일 가능성, 또는 권력상층부가 김일성사후 단합이 되지 않아 파벌이 없고 무해무익한 김영남에게 추도사가 돌아갔을 가능성등을 점쳐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 성향이 강했던 혁명1세대가 퇴진하고 이들과 같은 세대이면서 관료출신으로 비정치적 성향인 김영남이 세대교체의 조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추도대회에서는 김일성향후 북한정책노선을 가늠케 하는 입장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북한 관영 평양방송은 이날 상오 「정론」을 발표하면서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당중앙의 영도 확립』을 강조했다. 정론이란 본질적인 사회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기사형태로 당의 공식적 지침에 의해서만 발표가 가능한 것.

 김영남의 추도사등에서도 되풀이 강조된 이같은 입장은 김정일의 북한체제가 김일성당시와 같은 1인 카리스마 통치에 의존하지 않고 당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제도적 독재체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에 의한 변형된 집단지도체제로 체질을 개선, 김정일이후 사회주의 정권의 존속을 보장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외정책에서의 자주·평화·친선, 대남정책에서 자주·평화·단결 3원칙과 전 민족대단결 10대 강령에 입각해 통일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김일성노선을 당분간 유지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유승우기자>

◎김 추도대회 이모저모/“백만 인파” 주장… 이인모 주석단에/장례식과 달리 처음부터 TV생중계/중국 76년 모택동사망후 첫 반기게양

 ○…북한은 20일 상오10시 김일성추도대회가 열린 김일성광장을 비롯, 김일성경기장과 주체사상탑앞 광장, 전승광장, 모란봉청년공원 야외극장등 평양시내 일원에 5백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고 주장했다. 추도식장에는 예복차림의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한 가운데 당·군·정의 주요 간부들과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김용순대남담당비서등 김정일의 핵심측근들과 장의위원, 해외교포 조문단, 이인모노인,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당경공업부장등이 주석단에 자리했다.

 ○…전날 장례식때 2∼3시간의 시차를 두고 녹화방송을 내보냈던 북한은 이날 추도식의 경우 상오10시 시작과 동시에 해외로 송출, 미CNN등이 이를 생중계했다. 북한은 상오 7시부터 중계방송을 위한 통합방송을 시작했으며 방송도중 김일성보다 김정일에 대해 훨씬 많이 언급했다.

 ○…대회장 정면에는 검은테를 두른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가 전시된 가운데 대회장 곳곳에는 「경애하는 김일성 동지의 위대한 혁명업적은 천만년 길이 빛나리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자」는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추도대회에서는 모두 5명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첫 추도사를 낭독한 김영남외교부장은 김정일을 국방위원장 및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호칭하면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의 위임에 의하여 다함없는 경모와 애도의 심정을 담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추모하는 추도사를 하려고 합니다』고 서두를 꺼냈다. 장황한 추도사는 주로 김일성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찼으며 중간 중간에 『우리는 김정일 동지를 중심으로 「당중앙」을 철저히 옹호 보위하며 김정일동지의 영도를 높이 받들어 나가야 할 것』이란 표현을 몇차례 반복해 주목됐다.

 ○…이어 노동자 대표로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노력영웅」허영지가, 농민대표로 평양시 장천협동농장관리위원장 「노력영웅」 김명영(여)이, 군대표로 김광진차수가, 해외동포 대표로는 허종만 조총연책임부의장이 각각 추도사를 낭독했으나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북한방송들은 이날 정오 약3분간 추도사이렌을 울렸고 모든 차량과 열차, 선박등은 일제히 경적과 고동을 울려 애도를 표시했다.<서울=upi>

 ○…중국당국은 이날 76년9월 모택동사망 이후 처음으로 인민대회당과 외교부, 천안문·신화문에 반기를 게양하고 전국의 TV 라디오 방송에 순수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주요 신문들은 1면 혹은 외신면에 김일성추도식 거행 사실을 보도했는데 특히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김일성관계 화보 1개면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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