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안그리곤 못배겼던 사연 절절이 어떤 사람들이 화가가 되지 않고는 못 배기는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아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뒤늦게 독학으로 또는 만학으로 화가가 된 주요 남녀작가 두 명의 자서전이 발간되어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재미 서양화가 최동열씨(43)의 자서전 「들개와 선임하사」(디자인 하우스간)와 한국화가 김순지씨(45)의 「별을 쥐고 있는 여자」(전3권·예음간)는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다른 길을 걷다가 결국 화가로 최종목표를 정한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와 열정을 흥미롭게 전해준다.
최동열씨는 경기중을 나와 검정고시로 15세에 외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한 후 해병대에 입대, 2년간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 후 도미해서 공장노동자 바텐더 클럽기도 등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면서 시인되기를 꿈꾸다가 유망한 화가이자 지금의 부인이 된 엘디를 만나면서 그림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젊은 시절의 치열한 반항과 방황, 국제적인 유랑, 예술에의 희구 등이 스피디한 문체로 그려지고 있다.
중세의 인물을 패러디하는 그림으로 80년대 뉴욕에서 「젊은 기수」로 평가받았던 그는 뉴욕의 「미래예술전」, 몬트리올의 「이스트 빌리지전」등에 참여했고 한국과 미국 멕시코 캐나다 홍콩 등에서 1백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김순지씨(동덕여대 강사)는 연극배우 탁구선수 뮤지컬배우 방송작가 등 여러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나타냈던 화가이다. 그러나 그는 국교교사였던 20대 초에 한 남자를 만나면서 삶이 예상치 못했던 진로를 가게 됐고 그 불행을 이기고자 뒤늦게 선택한 것이 그림이다.
만학으로 추계예술학교와 성신여대 대학원, 북경 중국화연구원에 유학한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한 바 있다. 「별을 쥐고 있는 여자」는 중국 유학시절 하얼빈에서 점쟁이가 그의 손금에 선명한 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붙여진 제목이다.
「별을 손 안에 쥐고 있다」는 환상을 불행극복의 신호로 삼고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가는 실명소설이다.<김병찬기자>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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