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주석 김일성이 사망한지 꼭 열흘만에 김의 사망과 북한에 대한 공식현해를 천명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으나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우여곡절끝에 무엇보다 포괄적으로나마 김의 과거 죄과를 지적하고 그동안 나라 전체를 소연케 했던 조문사절 파견과 조의표명 주장에 대해 엄단할 것을 명백히 밝힌 것은 평가할만 하다.
우리는 이같은 공식견해를 밝히기까지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의 긴장해소를 위한 남북대화를 성사시키려 문안과 어귀, 발표형식등에 많은 고심과 배려를 한 점을 이해한다.
김일성의 죄과를 객관적인 서술방식으로 하고 평화적인 대화의 계속 추진 뜻을 강조하는 한편 발표도 정부대변인의 공식성명이 아니라 이영덕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견해를 밝히는 형식을 취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김일성의 사망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북한의 새체제를 안심 시키고 가급적 끌어안으려는 의지를 이해하면서도 정부가 이런 수준의 대북견해표명을 하느라 눈치를 살피고 시간을 지체해 왔는가를 생각하면 착잡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정부는 분단이래 김일성이 저지른 온갖 범죄적 죄악의 역정을 낱낱이, 그리고 엄중하게 지적했어야만 했다.
어차피 이번 공식견해가 7·4공동성명 발표로 남북대화가 시작된 후 김일성에 대한 첫 지적인만큼 적화야욕에 의한 6·25남침과 동족상잔의 반민족적 행위를 비롯해 각종 대남 무역도발, 아웅산묘소사건, KAL기격추, 어부납북등 일련의 죄오상을 자세히 지적, 규탄하는게 당연하다.
김을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등 불행한 사건들의 책임자라는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져 있다」고 한 것은 너무나 포괄적이고 조심스러운 표현이라 하겠다. 김일성이 저지른 범죄적 행위를 명명백백히 적시해야만 조문사절과 조의표명 주장의 허구성, 불합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발을 붙일 수 없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북한의 새체제를 자극하지 않고 장차 남북대화―정상회담의 실현을 의식해서 공식견해를 조심스럽게 했다면 그것 역시 북한을 가볍게 평가한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대화도 북한은 유리하다고 봤을때만 테이블에 나왔지 남의 대북자세가 부드럽다고 호응한 적은 없다.
그들은 북의 새체제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김일성시대처럼 남에 대한 적화혁명 및 분열노선, 10대강령구현등의 계승을 강조하고 대남비방과 분열획책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이런 북한인만큼 정부는 김의 범죄행위를 낱낱이 지적하는게 당연한 것이다. 발표도 정부공식성명으로 하여 동성명을 역사적 문건,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는게 원칙이다.
정부는 이번 공식견해나마 늦추는 바람에 내부 혼선등의 값진 체험을 했다. 가장 귀중한 교훈은 북에 관한한 언제나 분명한 입장을, 즉각 또는 시의에 맞게 밝히는 것이 나라 안팎의 안정과 평화적 통일추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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