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등 예산부족 계획 흐지부지/암스트롱 등 “다른길” 만년 보내 『이것은 하나의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를 위해서는 거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20일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우주로의 대 도약을 위한 미국의 달탐사계획을 이렇게 대변했다. 암스트롱의 그 말은 지구 상의 인류에게 언젠가 달을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도록 해 인류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달에 첫 발을 내디딘지 2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달탐사계획은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미정부의 재정현실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인류가 달을 직접 밟을 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마크 헤스 대변인은 25주년을 앞두고 달탐사계획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최근 『최소한 25년 이내에는 달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 아직 레이더 스크린 상에 잡히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런 현실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달탐사 25주년에 즈음한 기념행사는 화려하지가 않다.
당시 아폴로 11호 우주선에 탑승했던 3명의 주인공인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는 모두 우주탐사의 직업을 떠나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내달 8일로 64세가 되는 암스트롱은 오하이오주의 시골농장에서 조용히 만년을 보내고 있다.
암스트롱과 함께 달표면 「고요의 바다」를 찾았던 버즈 올드린은 지구귀환 후 심한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으로 입원까지 했었다. 동료들이 달 표면을 거닐 때 사령선에 남아 있었던 콜린스는 낚시와 독서등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달탐사계획이 흐려진 것은 무엇보다 예산 때문이다. NASA는 클린턴행정부 등장 후 예산 및 인원삭감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발사로 촉발된 미국의 달탐사계획은 인류의 우주 도전역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NASA는 소련과 우주경쟁을 위한 사령탑으로 성역시됐지만 이제는 실속없는 우주사업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올해예산도 1백38억달러로 삭감된 실정이다.
NASA의 한 관계자는 『예산압박으로 장기간의 우주탐사계획보다는 소규모 혹성탐사계획, 상업우주선의 개발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단시일 내 달탐사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설령 재추진하더라도 이제는 단독이 아니라 경비분담을 위해 일본·유럽연합(EU) 국가등 타국과 공동탐사한다는 구상이다. 산적한 국내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빌 클린턴대통령은 달탐사계획에 대해 거의 입을 다물고 있으며 앨 고어부통령도 처음엔 야심찬 계획을 꺼냈지만 지금은 시들해져 있다.
NASA는 당분간 유인탐사보다 값싸고 생생한 이미지를 잘 포착해 주는 무인탐사에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류의 달정복 25주년을 즈음해 가장 값진 우주뉴스는 NASA가 한때 우습게 여겼던 허블망원경으로부터 나왔다. 목성과 슈메이커 레비혜성이 충돌한 환상적 우주쇼 촬영은 우주도전의 대장정에서 인류의 달탐사보다 훨씬 소중한 사건일지 모른다고 많은 천문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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