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세천호희)전일본총리가 『제2차세계대전은 침략전쟁으로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공언한 이후 처음으로 전쟁보상을 둘러싼 판결이 지난15일 도쿄지방법원에서 내려졌다. 전쟁당시 일본인군속으로 강제동원돼 전쟁터에서 오른쪽 팔과 왼쪽다리를 잃은 재일한국인 석성기씨(72)등 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장애연금청구각하처분취소소송은 원고의 참담한 패소로 끝났다. 일본법원의 판결이유는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일본의 전상병자전몰자유족등에 관한 원호법의 대상은 일본인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신분이 다른 조선인이 어딜 감히…』라는 일제시대의 차별이 현재도 그대로라고 느껴지는 이번 판결에 재일한국인은 분노를 금치못하고 있다. 언제는 「내선일체」라며 한국인을 강제로 전쟁터에 내보내더니 팔다리를 잃고 불구자로 돌아오자 더이상 일본인이 아니니 쥐꼬리만한 연금조차 줄 수 없다는 일본인들의 이율배반적인 논리에 일본인들마저 혀를 차고 있다. 일본에 귀화한 한국인에게는 물론 장애연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재일한국인은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재판장은 이 사정을 알아 『경청할 만한 대목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동정할 만한 딱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고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일본인에게만 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원호법의 규정상 이문제는 사법적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한일양국 어느쪽에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딱한 처지를 「입법의 부작위상태」라고 표현했다. 일본정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심의, 특별입법을 하거나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알면서도 방치하고있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탓할 생각은 없다.
현행법 아래서는 어느 재판부라도 같은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에서는 소극적인 일본정부의 겉과 속이 다른 「과거반성의 부작위상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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