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침묵」관련 역공분위기 당혹/민자/내분에 이미지 실추… 보선 오재까지/민주/정상회담엔 「부담」될듯 김일성사망에 따른 남북관계 재정립이라는 대명제를 뒤로 제쳐둔채 6일동안 온나라를 들끓게 했던 조문파문이 우리에게 남긴것은 무엇일까.
조문파문은 정상회담이 재추진되는등의 남북관계에 있어서 결코 본질적인 사안이라고 볼수 없지만 많은 교훈을 남겼다는 주장도 있다. 조문논쟁의 당사자인 여야의 시각을 정리해 본다.
민자당은 조문파문을 통해 혼돈상태에 있는 우리사회의 이념적 잣대를 세우는 계기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결과는 생산적 논의로 연결되지 못한채 이른바 「보혁갈등」만 촉발시켜 결국은 북한의 대남선전에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우리정부는 정상회담의 즉각수용에 이어 김일성사망후에도 정상회담의 계속추진을 공언하는등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놓치지않고 정국운영에서 운신 폭을 크게 넓혀 왔었다. 그러나 조문파문이 확산되면서 남쪽에서 이념적인 갈등이 벌어지는 양상이 전개되자 정부와 여권핵심부의 「침묵」에 화살이 돌려지는 상황이 초래돼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게 민자당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민자당은 조문파문을 통해 당차원에서는 얻을 수 있는 실리는 모두 얻었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것 같다. 조문주장―해명 및 유감표명―재주장사이를 오간 몇몇 야당의원들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고 민주당자체도 내부분란을 겪는등 민자당으로서는 반사적이익을 충분히 거뒀다는 얘기이다. 민자당이 서둘러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배경에는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결국 민자당은 상대적 이익을 얻는반면 정부는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김일성사망이후 지극히 유동적인 상태에 놓여있던 남북관계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수있다.
하지만 민자당 또는 여권은 조문파문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에 대남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장 우리내부에서 『정부가 남북문제를 면으로 보지않고 지나치게 점 또는 선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또 새로운 북한체제의 성격과 의미, 통일문제와의 관계등의 논의는 뒤로 한채 지엽말단적인 조문논란으로 온나라가 내내 떠들썩했던 것은 볼썽사나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조문파문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조문론은 원래 민주당의 일부의원들이 국회 상임위에서 개별적으로 제기했던 것으로 민주당의 당론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념논쟁으로 비화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자체가 비난여론의 표적이 돼 민주당은 대국민 이미지면에 큰 상처를 감내해야만 했다. 민주당은 우선 보궐선거에서 부터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조문론은 민주당내부에서도 적절성여부를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켜 의원들 사이에 감정의 앙금을 남겼다. 일부의원들은 조문론이 배경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당에 많은 피해를 가져온 만큼 해당의원들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반면 조문론을 제기한 의원들은 여당과 보수세력의 일방적인 매도에 당이 효과적인 방패역할을 해주지 못했다고 서운해 하고있는 형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문파문에 대한 당차원의 대응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의 리더십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문파동의 확산 과정과 관련해 국회내의 토론수준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의원도 있다. 이번 사태가 조문론을 제기한 의원들의 본래취지와는 다르게 말꼬리를 물고늘어져 엉뚱하게 6·25전쟁책임문제등 이념논쟁으로 번진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국회내의 토론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문파동은 또 의원들이 면책특권이 보장되어있다해도 자신의 발언이 가져올 정치적 파급효과등을 고려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의회활성화를 위해 국회내에서 의원이 소신을 갖고 하는 의견개진이나 질문은 가능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 조문파문이 정상회담추진등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조문론이 남북관계개선을 위해서라는 취지로 제기되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이념적 갈등이 결과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추진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유식·이계성기자>이유식·이계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