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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원로·중진들의 북사태 진단/크리스찬아카데미 대화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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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원로·중진들의 북사태 진단/크리스찬아카데미 대화모임

입력
199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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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근본적변화 기대 어렵다”/주변 4강국 이해분석 정책 반영해야/북고무 국내주사파 대응책마련 시급/정상회담전 실무합의 중점을 북한주석 김일성 사망이후 여야간에 「조문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접근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각계 원로·중진들의 대화모임이 열렸다. 지난 15일 하오 크리스찬 아카데미(원장 강원용목사) 주최로 라마다 올림피아호텔에서 「북한의 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주제로 열린 「대화모임」에는 정부측 인사로부터 재야인사까지 고루 참여, 하나같이 『남북관계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모임에는 남덕우전총리 박세직·박정수의원(민자) 조순승의원(민주) 강문규YMCA사무총장 김동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성수대한성공회주교 박홍서강대총장 서영훈흥사단공의회장 이세중대한변협회장 이태영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송월주·지선스님 서경석경실련사무총장 양호민 한림대객원교수 김점곤평화연구원장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의 발제연설을 들은 뒤 3시간 30분동안 진지하면서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모임은 원래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계획됐다가 김일성의 사망으로 주제가 바뀌어 열리게 됐다.

 이부총리는 먼저 『김일성의 사망으로 민족사와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따라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북미회담등 당면과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북 정책기조를 마련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총리는 『김정일체제 권력승계작업은 비교적 안정성있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김정일체제는 대체로 과거 정책을 답습하겠지만 경제난 해결을 위해 일련의 개방과 개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뒤 기존정책과 새정책의 조화가 북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토론은 먼저 김정일체제의 전망에 대해 이루어졌다. 대체로 일단 당비서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김정일체제의 수명과 그 정책에 대해서는 조금씩 견해를 달리 했다.

 양호민씨는 『스탈린과 모택동이 죽기 전에 지명한 후계자들은 일단 권력을 잡았으나 권력을 계속 잡지 못했다』면서 김정일체제가 단명으로 그칠 가능성을 거론한뒤 『김정일체제는 경제난 때문에 다소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겠지만 근본적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강문규씨는 『후계작업을 20여년동안 해온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국가와는 다르므로 김정일체제는 우리의 희망과 관계없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등 주변 4강대국의 입장과 이해를 면밀히 분석해 대처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남덕우전총리는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평화조약 체결을 요구한 뒤 나중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정부측에 이같은 점을 주지시켜야 하며 결국 우리의 국방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정수의원도 『우리와 미국의 이해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말했다. 언론인 유경환씨는 『중국은 한반도 북쪽에 잘 살지 못하는 나라가 완충지대로 있기를 원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이해를 설명한 뒤 『등소평 사후에는 북한의 변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최자인 강원룡목사와 남전총리등은 정상회담은 실무회담의 정지작업이 이루어진뒤 개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목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면서 『양측 실무자들 사이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진 뒤 정상끼리 만나서 도장을 찍는 정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말미에 박홍총장은 『우리나라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권에 퇴물이 된 주체사상이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어 북한이 남한 적화통일을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재야운동을 해온 지선스님은 『국회는 왜 조문문제를 갖고 천박하게 떠들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북한에 가보지도 않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종교인으로서 상황를 더 지켜 보고 싶다』고 말했다.<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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