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돌연 장례기간을 연장한 16일 하오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 장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월드컵리셉션에 참석키 위해 출국했다. 2002년 월드컵의 한국유치를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북한 김일성이 사망하고 장례식과 김정일후계자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북관계의 사령탑이 먼 외국으로 자리를 뜬다는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은 이날 『사실이 아니길 바랄만큼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부총리 자신도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는지 출국에 앞서 잠시 기자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약간 겸연쩍은 표정으로 이번 미국행의 취지를 설명한뒤 조문파동과 북한의 향후 변화양상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우선 『출국서부터 귀국까지 만 이틀동안 자리를 비우게 됐으며 오가는 시간을 빼면 만 하루동안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남북상황이 복잡한 시점이라 심사숙고 했으며 대통령과 상의 끝에 결정된것』이라며 『월드컵유치 자체도 남북문제와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변화에 따라 2002년 월드컵은 남북이 공동개최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통일부총리가 월드컵유치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는 것 자체는 물론 문제가 있으며 미리 대안을 찾았어야 옳았다. 그러나 기왕 월드컵 유치를 위해 이부총리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면 단 이틀동안의 방미가 국가안보에 그다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측이 발표하는 방송 하나하나를 분석하느라 자리를 지키고 있기보다는 월드컵을 유치하는 것이 훨씬 큰 소득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라는 작은 집단의 동향에 사사건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만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길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보다 큰 현안은 한반도 밖 넓은 세계에 수없이 산재해 있는지도 모른다. 김일성의 장례는 북한에서 치러지고 있는 것이지 남쪽에서까지 근신하며 활동을 자제할 필요는 없는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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