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소식으로 어수선하던 10일 하얀 이흐람으로 몸을 감싼 한 노인이 회교성지 메카를 찾아 카바 신전의 성스러운 흑석에 입을 맞추었다. 바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아라파트의장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에 앞서 메카를 순례한 것이다. ◆아라파트의장하면 머리에 쓴 체크무늬의 카피야, 카키색 군복과 오른쪽 허리의 권총이 심벌마크다. 그는 1974년 유엔총회장 연단에도 이같은 전투복차림으로 올라 『나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를 들고 자유를 사랑하는 전사들을 위해 권총을 찬채 이 자리에 섰다』고 연설한 일은 유명하다. 그가 일시적이나마 전투복을 벗은 것이다. ◆그는 5일 팔레스타인 자치구로의 이전 준비를 위해 이곳 「수도」인 예리코시를 사전방문했었다. 그가 이곳에 들어갈 때는 권총을 차고 있었으나 주스공장등에 들러 동포들을 격려할 땐 허리의 권총이 보이지 않아 화제가 됐었다. ◆끊임없는 암살위협과 비행기사고등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팔레스타인 제일의 전사인 아라파트의장도 최근 이처럼 그의 투사적인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자치정부 출범과 함께 평화적인 이미지를 널리 알리려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한 신문은 이제 그도 양복을 입을 때가 됐다는 사설로 그의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김일성이 죽은후 우리는 북한도 조금은 변화하리라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를 비웃듯 북한은 옛 그대로 대남비방방송을 재개하고 남쪽의 조문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공화국이 탄생한 후 견원지간이 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평화를 향해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는데 같은 민족인 북한만은 그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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