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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입장 밝힐 때(사설)

입력
199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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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주석 김일성이 사망한 후 남쪽에서는 실로 개탄할 만한 조문사절―조의표명논쟁으로 나라전체를 술렁이게 해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당초 조문을 제기했던 일부야당의원들이 빗발치는 여론을 의식, 해명과 유감표명을 했다가 다시 조문의 타당논을 주장하고 일부 극렬학생들이 적극 동조하는가하면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는 『조문단의 입북을 환영한다』고 국논분열을 부채질하며 국민들을 혼돈케하고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조문파동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데도 정부가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언제까지 눈치를 살피고 관망하려는 것인가.

 정부는 하루빨리 공식성명을 통해 분단이래 김일성이 저지른 엄청난 역사적 죄과를 지적하고 일체의 조문과 조의표명의 엄금을 천명하며 대북대화를 지속하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야당의원들은 적에게도 조문사절을 보낸 국제관례가 있고 남북정상회담등 북과 대화를 하고 화해와 신뢰를 도모하려면 최소한의 조의표명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조문논을 다시 제기했다.

 그러면 김일성이 어떤 인물이었나. 적화통일을 위해 타국과 이민족도 아닌 동족에게 총을 겨눠 수백만명을 살상한 민족의 원흉임을 잊었다는 것인가. 또 조의표명을 해야 북한과 화해와 신뢰를 도모하고 정상회담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순진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북한이 어떤 집단인가. 장의기간중임에도 「조문단환영」을 내세워 대남교란을 변함없이 획책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만의 하나 정부명의의 조전을 보내기만 해도 저들은 「김주석에 대한 끊임없는 추모의 표시」라며 정권의 정통성선전을 위해 대대적으로 환영할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에 묻고자 한다. 언제까지 김일성의 사망 사실에 대해 소극적이고 또 눈치 살피기를 지속할 것인가. 정부의 입장표명이 북한을 자극하고, 장차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북한은 남쪽의 혼선을 틈타 김영삼대통령에게 『조의부터 표시하는 예의를 보이라』고 까지 비방을 하고있지 않는가.

 지난 1976년 9월 모택동이 사망했을 때 정부는 당시 중국과 국교가 없었지만 정부당국자 명의로 『한국국민은 모가 6·25때 북한지원을 위해 한국전에 개입하여 한국민에게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준 장본인이기에 영원히 잊지 않을것』이라고 논평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모사망 당시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다르다해도 북한을 지원한 모에 대해서도 분명히 전쟁죄과를 지적한 이상 전쟁을 직접 일으킨 김일성의 범죄행위, 그리고 죽기전까지 저지른 각종 테러와 도발행위등을 확실히 지적해야 한다.

 정부성명은 공연히 지난 일을 다시 들추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김일성의 사망과 김정일체제의 의미와 뿌리를 명확히 인식시키는 한편, 부질없는 조문논쟁으로 날로 혼돈에 빠지는 나라의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 정상회담에 발이 묶여 관망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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