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67%… 단독경영권/시가3배,주당 33만2천원에 사들인셈 삼성그룹이 15일 한국비료공업(주)의 새주인으로 결정됐다. 삼성은 이날 하오 산업은행본점 회의실에서 열린 한비주식매각을 위한 제2차 공개경쟁입찰에서 최고가격을 써내 대임산업 및 금강·고려화학을 제치고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 이로써 삼성은 지난 67년 고이병철회장이 사카린밀수파문으로 소유주식을 정부에 헌납했던 한비를 27년만에 되찾게 됐다. 동신주택은 이날 입찰에 불참했다.
삼성은 이번 입찰에 이건희회장과 제일모직 삼성전관 중앙개발 호텔신라등 4개계열사 컨소시엄으로 참여, 산은이 정한 예정가(1천3백억원)보다 1천억원이 많은 2천3백억원을 제시했다. 삼성은 한비주식을 현시가(주당 9만3천원선)의 3배반에 달하는 주당 33만2천원에 사들인 셈이다.
이로써 삼성은 한비의 최대주주였던 산은보유주식 69만2천8백60주(지분율 34.6%)를 인수하게 됨에따라 기왕에 갖고 있던 32.44%의 지분을 포함, 총지분율이 67.04%로 높아져 단독경영권행사가 가능해졌다. 반면 산은 삼성과 함께 한비주식을 3분하고 있던 동부그룹은 현실적으로 경영권참여가 어렵게 됐다.
산은의 한비주식매각은 정부의 공기업민영화방침에 따른 것으로 지난 5월말 1차입찰을 실시했었으나 동부의 입찰불참과 삼성의 응찰철회로 동신주택만이 단독 참여, 자동 유찰됐었다.
삼성그룹은 낙찰직후 한비의 향후사업계획에 대해 『한비의 정밀화학분야에 97년까지 5천억원, 200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매출규모를 3년후 8천억원 그리고 2000년엔 1조2천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부그룹은 이날 손건내동부화학사장명의로 성명을 발표, 『이번 입찰은 삼성을 위한 들러리입찰이 분명하며 정부의 비료공급 이원화체계가 무너지게 됐다』면서 『비료산업을 지키려는 동부의 노력이 무산돼 국민들께 죄송하며 이번 입찰결과에 대해 고소·고발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국가헌납 27년만에 되찾아/삼성승리로 끝난 한비입찰주변/울산공장포함 3천억대 부동산보유 “알짜”/동부 “비료2원화위배”… 법대응은 않기로/민영화 형평성시비·재벌 진흙싸움 오점도
말많던 한비인수경쟁이 삼성그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공기업민영화계획에 따라 매물로 나온 산업은행보유 한비주식을 놓고 비슷한 지분을 갖고있던 대주주 삼성그룹과 동부그룹은 그동안 상호비방과 입찰불참·철회소동, 들러리공방등을 벌여 재계로부터 「진흙탕싸움」이란 비난까지 들어왔다. 예견된 결과이기는 하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삼성은 이제 한비를 27년만에 되찾으면서 단독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됐다.
한비인수경쟁은 끝났지만 공기업민영화의 원칙과 방법, 그리고 재벌들의 행태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로선 특혜시비 불식을 위해 「공개경쟁입찰제도」를 도입했지만 어차피 굵직한 알짜 공기업들은 돈많은 재벌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혜의혹이 사라진 대신 형평성이란 새로운 문제를 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일부 대형공기업의 민영화일정을 유보하고, 일부는 중소기업몫으로 남겨놓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만족할만한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경쟁입찰외에 다른 대안이 무엇이 있느냐」라는 정부관계자들의 항변에도 불구, 경제력집중방지와 업종전문화시책을 양축으로 삼아온 정부의 대재벌정책은 삼성그룹의 분당 서현역사인수에 이은 한비인수로 그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또 향후 한비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국내 요소·복합비료공급을 2원화하겠다는 정부의 비료산업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비입찰경쟁과정에서 관련대기업들은 상호비방과 흠집내기로 일관,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게임룰」의 부재를 실감케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번 한비 민영화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입찰 참여를 처음부터 거부해온 동부그룹은 삼성그룹의 낙찰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민영화 방식 자체의 문제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당초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태도에서 한발짝 물러섰지만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이다.
특히 동부그룹은 당초 한비지분을 확보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강조하고 지난 81년 12월의 1차 비료산업합리화 방안과 87년 12월의 2차 비료산업 합리화방안을 거듭 거론하며 이번 민영화 방식이 정부가 그동안 약속해온 비료 2원화정책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87년 이후 동부화학의 공해방지에 1백60억원, 경영합리화를 위해 5백40억원, 시설 개보수 및 폐수처리 시설에 5백5억원을 투입하는등 지금까지의 투자비만 모두 2천여억원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모두가 울타리를 맞대고 있는 한비를 인수하기 위한 정지작업이었으나 하루아침에 희망이 사라지게 됐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한비주식을 전량 인수함으로써 고 이병철 창업주가 불명예스럽게 내놓아야 했던 고토를 되찾게 됐다. 삼성이 산업은행의 한비지분 입찰내정가(1천3백억원)보다 1천억원이나 더 많은 2천3백억원을 아깝지 않게 내던져 가면서까지 한비인수에 집념을 보인 것은 선친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이건희회장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을뿐 아니라 한비 자체로도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해 까지 4년 연속 매년 12%대의 배당률을 기록할 정도로 기업내용이 좋은데다 알짜배기 부동산이 있기 때문.
한비는 울산에 공장부지와 사택부지를 포함해 모두 40여만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시가 기준 부동산 가액만 3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의 새로운 주택단지로 부상하고 있는 약사동 사택부지만 해도 모두 7만5천평으로 이 땅은 평당 가격이 시가 기준으로 2백만원이나 돼 사택부지만 모두 1천5백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여러 회사들이 한비 경영권 인수를 욕심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사원용 주택단지에서 약 4 떨어져 울산부두에 인접해 있는 한비공장은 부지가 33만평 규모로 현재 시가는 줄여 잡아도 평당 50만원선이어서 부지값만 해도 1천6백50억원에 이른다는 것. 33만평의 공장부지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풍수지리를 감안, 직접 고른 땅으로 항만과 철도를 끼고 있는등 위치가 좋아 투자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이 한국비료 직원들의 설명이다.
○…삼성그룹이 매우 민첩하게 공기업 사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한비 인수로 다시 한번 드러난 셈. 삼성은 지난 5월31일 토지개발공사 시설관리공단이 매각한 분당 서현역사를 역시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9백55억원에 낙찰, 인수에 성공했었다.
본격적으로 공기업 민영화 작업이 시작된 올해 초 이래 대기업그룹이 공기업을인수한 사례는 3건으로 선경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한 한국이동통신을 제외하고 나머지 2개는 삼성이 모두 갖게 된 것이다. 삼성이 2개의 공기업을 「사냥」한데 이어 앞으로 추가 인수작전을 편다 하더라도 그것을 막을 명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기업 인수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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