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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체제 북핵향방/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교수?(특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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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체제 북핵향방/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교수?(특별 기고)

입력
199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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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이 상속받게된 북한은 현재 정치·경제·군사·국제관계등 어느 한부분도 제대로 기능하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다. 김일성은 한국전쟁이후 최대의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여 80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바 있다. 그가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강구하려한 체제생존의 틀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우선 군사적 측면에 있어서 한국과 비교하여 불리해 가는 국면을 소수의 핵보유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였다. 핵무장은 또한 외교 지렛대의 역할과 동시에 대내적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정권에 정치적·심리적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둘째로 핵카드를 매개로 대미, 대일수교를 달성하여 체제생존을 위한 국제환경을 조성하려 하였다. 셋째로 대미수교를 계기로 서방의 경제협력을 확보하여 경제재건을 추진하려 하였다. 노회한 김일성은 체제생존에 필요한 핵무기, 수교, 경협이라는 세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지렛대로 하여 국제사회와 국가존망을 건 아슬아슬한 핵게임을 벌인바 있었다. 그리고 냉전이후 북한체제의 향방을 담판짓는 3단계 미북 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돌파구 내지는 최후 승부처를 바로 목전에 두고 지난 8일 사망하였다. 실로 극적인 죽음이었다.

 김일성의 사망과 김정일의 등장이 핵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 이르나,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3단계 미북회담은 일단 베일에 싸인 김정일의 성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카터전대통령에게 한 핵활동 「동결」언질을 어기고 양산체제로 가려할 경우, 그것은 우리가 우려하는대로 김정일이 강성 인물이거나 군부등 강경파를 제어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북한이 핵동결을 지키면서 협상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김정일이 김일성 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이 보다 타협적으로 나온다면, 그것은 김정일이 온건 실용노선을 채택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측이 협상에서 결론없이 지지부진한다면, 김정일의 권력이 아직 공고화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핵과 관련, 우리가 직면한 사태는 북한의 불확실한 태도를 점쳐보고 김정일의 성향을 판단하는 그런 한가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김일성의 사망으로 초래된 북한 권력의 변화는 핵문제에 있어서 예기치 못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북한 핵문제는 앞으로 4개월내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북한은 핵무기 양산능력을 얻을 것이며 한반도는 다시 한번 긴장상태에 돌입할 것이다. 북한이 지난 5월에 인출해낸 5 원자로의 연료봉은 흑연로의 성격상 안전성 문제로 인하여 반드시 6개월내에 재처리하여야 한다. 북한이 이를 재처리한다면, 핵폭탄 4∼5개분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오는 12월이면 매년 핵폭탄 10개분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50 원자로에 예정대로 핵연료봉이 장착되어 북한의 핵무기 양산능력을 기정사실화할 우려가 존재한다. 결국 북한이 언약한대로 현수준에서 핵능력을 동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앞으로 4개월내에 미북협상이 진전을 보여 어떠한 조치든 취해져야만 한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핵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북한의 책임있는 정책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되어 북한의 핵무기 양산능력이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점을 인식하여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조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김정일 체제를 인정하고 공고화시키는 다소 노골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클린턴대통령은 김일성 사망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이것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을 정도이다. 미―북한은 3단계 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협상을 조만간 개최할 것이다. 김정일이 아버지의 노선을 따른다면, 북한은 향후 미북협상에 있어서 수교, 경수로 지원, 평화협정 체결등 자신의 요구사항을 장래에 있어서의 핵활동 동결과 교환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 하며, 1992년 6월 IAEA 첫사찰 이전의 과거상황을 둘러싼 모호성(핵폭탄 1∼2개)은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 핵정책은 현재 동결문제를 최우선시하고 있으며 과거문제는 사실상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선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김일성 사망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미국은 북한을 조속히 협상의 테이블로 이끌기 위하여 과거문제의 비중을 더욱 낮추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의 핵능력을 현상황에서 동결시킨다는 것은 핵무기 양산체제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우리에게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문제 해결을 뒤로 미룬다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폭탄 1∼2개를 만들거나 정교화시킬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상황은 미국의 대북 핵정책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있다면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미간의 정책조율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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