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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바실리 골로브닌 기자/안개속에 가린 「김정일호」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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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바실리 골로브닌 기자/안개속에 가린 「김정일호」 항로

입력
199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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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점진개방·핵줄다리기 계속할듯 러시아 일간지 세보드냐는 14일 김정일체제의 앞날과 한반도주변국가들의 움직임을 종합한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바실리 골로브닌국제부기자가 쓴 「유르카가 평양의 권력을 잡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요약한다.

 하바로프스크근교의 소련군병영에서 태어난 김정일은 유년시절 유르카(유라의 애칭)로 불렸다. 그는 테러광으로 여객기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내려 수백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죽인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서방영화에 몰두해왔던 점을 들어 어느정도 자유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있다. 일부 사람들은 그가 충성스러운 젊은 여성공산당원에 둘러싸여 온갖 즐거움을 누리고있다고 전한다.

 그에 대한 이러한 평가와 정보가 있지만 김정일이 세계에서 가장 닫혀진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될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키가 165가량이며 체중이 85이라는 것이다.

 나는 얼마전 평양TV가 방영한 공식 기록영화에서 인민복을 입은 김정일이 다소 창백해 보여 그의 체중과 신장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령의 장군들과 당지도부 인사들에 둘러싸인 그는 상당히 왜소해 보였다. 그런데 전후 마지막 공산독재자인 김일성은 1948년부터 철권으로 다스려온 북한의 절대권력을 바로 이 사람의 어깨에 얹어주었다. 그에게 엄청난 무게의 부담이 지워졌다.

 김정일은 11일 당지도부 비밀회의에서 당총비서 겸 주석으로 선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신중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궁정정치」는 지극히 이해하기 어려워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일성의 장례식이 끝나면 북한인민들은 누가 앞으로 그들을 통치하게 될 것인지 확실히 알게될 것이다.

 현재도 국가보위부와 군부, 노동자, 학자, 소년 공산당원등 모두가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전세계를 적으로 삼고있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전히 베일속에 가려 있다. 거대한 집단수용소와 군대, 탄도미사일,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믿어지는 핵무기를 갖고있는 이 공산절대왕정국가가 어디로 갈 것인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서울 워싱턴 도쿄는 상당히 당혹해 하고있다. 김일성은 간교하고 잔인했으나 스탈린처럼 예측가능한 인물이었다.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아직 한번도 서방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도, 서방세계를 여행한 적도 없는 인물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지난 수십년간 북한을 적대해왔던 서울 워싱턴 도쿄는 북한의 모든 것이 과거와 다르지 않기를, 특히 그가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권력을 완전히 움켜쥐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서의 권력투쟁이 불안정으로 이어져 미군이 서울과 도쿄를 방어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있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우려하고있다. 일본은 이 미사일들이 책임있는 사람의 수중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한국이 바로 눈앞에서 군사강국으로 부상할 것을 우려하는 일본은 현 평양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은 분단되고 대립상태로 있는 한반도를 바라고 있으며 남북한 양측이 일본을 위협할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에서는 조국통일이라는 염원에도 불구, 평양이 김일성의 유언대로 빠른 시간내에 안정되기를 바라고있다. 서울도 평양의 공산주의체제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평양이 갑자기 무너질 경우 남한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2천만에 이르는 헐벗은 북한 형제들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양 역시 안정을 바라고있다. 소련 알바니아, 그리고 동독의 경우에서 보듯 북한의 통치엘리트들은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는 「피를 나눈 형제」들과의 교류가 어떤 식으로 끝장나는지를 잘 알고있다.

 북한의 노멘클라투라(기득권층)는 합법적인 승계자주위에 뭉쳐 과거의 노선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즉 그들은 중국의 모델을 기반으로 붕괴해가는 경제에 조심스럽게 또 조용히 수정을 가할 것이다. 북한은 보위부군대가 지키는 상당히 제한된 숫자의 자유경제특구를 기반으로 개방경제정책을 펴나갈 것이다.

 북한은 또 서방국가들과 핵무기놀음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핵카드가 미일과의 외교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으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고 서방으로부터 경제적인 원조를 얻어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예측은 빗나갈 수도 있다. 전체주의국가들은 자신들만의 모순된 논리를 갖고 있는데다 위대한 수령이라는 최면에서 깨어난 북한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인들은 이미 「김씨 왕조」에 지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정리=이장훈모스크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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