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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새체제 핵정책 가늠자/재개될 북·미 3단계회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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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새체제 핵정책 가늠자/재개될 북·미 3단계회담 전망

입력
199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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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주석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줄다리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미국은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과실을 보여주며 김정일체제의 안정과 나아가 동북아지역에서의 기득권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조바심」을 이용, 한껏 자신들의 이해를 증폭시키려 들고있다. 그러나 북한핵의 최대 이해 당사자인 우리정부는 북미회담의 진행과 성과를 저울질한후 우리 국익에 부합한 묘수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북미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 그리고 우리정부의 견제와 협력의 수위를 가늠한다.◎정부입장/정상회담관련 태도변화 주시/“비핵”강화… 지연땐 유엔제재 재추진

 북한주석 김일성의 사망으로 중단된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북미간 실무접촉이 김일성의 장례식이후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뉴욕실무접촉의 목적은 지난 8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첫날 회의를 마친뒤 중단됐던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재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북미3단계회담의 재개와 관련,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한 분위기가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대해 15일 『북한이 김일성 사후에 새로운 핵카드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논의하기위한 북미3단계회담의 조기재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김일성의 사망으로 북미3단계회담에 이어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정상회담이 불투명해진 만큼 북미회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는 북미회담과 남북대화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최소한도의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언제 다시 확보할 수 있을지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따라서 우선은 남북정상회담과는 별도로 북미회담전략을 마련키로 방향을 정하고 한미간 또는 한미일 3국간 의견조율의 기회를 조만간 다시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남북정상회담의 재추진 여부에 대해 북미 3단계회담의 전망을 지켜보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북미 3단계회담의 구체적인 전략에 있어서는 김정일체제에서의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김정일이 핵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강경책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후계권력의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의 대화노력에 어느정도 호응해 나올지를 당장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물론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것이 북핵문제해결에 임하는 정부의 기본원칙인 만큼 북한이 북미회담에서 엉뚱한 조건을 들고나와 회담을 의도적으로 지연 또는 무산시킬 경우 유엔차원에서의 제재를 재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북한의 태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대화재개의 기초였던 핵개발계획 동결약속에 대한 북한의 실천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회담의 재개가 이뤄질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한반도비핵화의 실천문제를 더욱 강도높게 제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당시 한반도비핵화문제를 북미회담의 정식의제에서 일단 유보했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북미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실천 부분의 논의수준을 어느정도로 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으며 한미간에도 의견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미간의 의견조율에 있어서 정부는 북한의 과거 핵투명성과 현재 미래에 있어서의 핵동결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의 대화노력이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측에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북미회담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도 당연히 대비하고 있다. 이 경우 핵개발포기의 대가로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경수로원자력발전소의 지원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는 북미회담의 원만한 진행에서 북한의 대외정책변화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고 보고 긍정적인 판단이 설 경우 경수로지원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인 경수로지원이 북한을 필요이상으로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북한의 개방유도와 남북관계의 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

◎미국 입장/대화유지 위한 상현예자리로/핵문제 근원적 해결방안 모색할수도

 북미3단계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무부의 마이크 매커리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북한측이 내주에 뉴욕에서 실무접촉을 갖겠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내주는 김일성장례식이 끝나는 직후로 새로운 권력체계인 김정일체제에서 북한이 외부세계와 대화를 갖는 첫 케이스가 되는 셈이다.

 3단계회담의 미국측대표인 로버트 갈루치국무차관보는 이미 이번주초 『북한은 김일성 장례식이 끝난후 뉴욕실무접촉을 통한 일정조정작업을 거쳐 3단계회담을 계속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약속은 북측 회담대표인 강석주외교부부장이 제네바를 떠나기 앞서 갈루치차관보에게 직접 다짐한 것이다. 따라서 14일의 뉴욕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북한측 통보는 북미회담재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김정일체제 최초의 공식적인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양측간에 시기등 일정문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이를 위한 뉴욕실무접촉 날짜가 아직은 구체적으로 잡혀있지는 않다. 17일 장례식이후 회담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는 정도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북미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다목적의 복선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북한은 우선 김일성이 구축해 놓은 미국과의 대화채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의 핵게임으로 얻어낸 협상국면, 즉 외교적 실리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김정일을 정점으로 한 새로운 북한체제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유연한 자세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외부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의 새 정권이 앞으로 대미관계를 풀어가는 수순이 김일성 생존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그 이유는 첫째,김정일의 권력기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김일성의 유업계승이란 차원에서 정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체제는 엄연히 김일성체제의 유산이며 그런만큼 김정일 정권은 소위 「김일성주의」에 충실함으로써만이 권력기반을 담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성이 죽기 직전에 미국과의 대화기회를 마련해 놓은 것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둘째, 김정일로서는 3단계 북미회담이 베일에 가려져왔던 자신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회담결과에 따라 국내외적 입지를 더욱 굳힐수 있는 좋은 기회인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미회담은 김정일을 알리는 선전장으로서의 활용가치가 높다. 셋째는 김정일이 김일성 생존시에도 핵정책에 직·간접으로 간여해 왔고 이를 통해 집권후 최초의 정치적 결실을 기대하고 있는만큼 그 집착정도도 남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김일성의 죽음에 조의를 표명하고 향후 대북문제 해결에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도 이같은 미국정부의 정세분석의 결과로 봐야할 것같다. 클린턴대통령은 최근 독일방문중 『김정일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란 보도진의 질문에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북한과 대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김정일을 이미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북접근을 보다 적극화해 차제에 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꾀하려는 자세의 일단으로 비쳐지고 있다.미국은 결국 재개되는 북미회담이 새 북한정권과의 첫 상견례가 될 것이란 점에서 핵문제 이외에 김정일체제의 윤곽과 정책방향을 나름대로 탐지하는 일에도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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