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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서울이냐 평양이냐”/조문발언 국회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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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서울이냐 평양이냐”/조문발언 국회공방

입력
199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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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본회의장서 격한 설전/“발상경솔… 국민의식 혼란만”/민자/“화해취지… 대화하려면 필요”/민주 14일의 국회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의원들이 제기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북한주석 김일성조문문제가 또다시 거론됐다. 민자·민주양당은 이날 소속의원들의 4분자유발언을 통해 조문문제를 놓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3명의 민자의원들은 김일성사후 우리사회일각의 분위기가 「이상한」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조문발상이 지니고 있는 위험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2명의 민주의원은 여당의 공격이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같은 공격이 남북관계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발언하는 동안 여야의석에서는 서로 고성이 오가 조문발언파문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발언당사자인 이부영의원은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는 기존의 논리를 굽히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영광의원(민자)은 『저간의 여러 상황에 접하면서 과연 여기가 서울인지 평양인지 혼란스러웠다』면서 『하물며 국민들은 어떻겠는가』라고 최근의 분위기를 개탄했다. 김의원은 이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언행은 영향이 크다』면서 『우리 모두 말을 아끼자』고 야당의 조문발언이 경솔했음을 탓했다.

 김의원은 또 『북한은 지금도 우리 대통령을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며칠전 국무총리는 국회보고에서 주석이라는 경칭을 7번이나 사용했다』면서 『우리는 왜 이토록 저자세인가』라고 정부의 태도까지 함께 지적했다.

 휴전선에 인접한 김포·강화가 지역구인 김두섭의원(민자)은 『조문은 고인을 애도하고 상주를 위로하는 예법』이라며 『누구의 죽음을 슬퍼하고 누구를 위로한단 말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민주당측을 공격했다. 시종 비분강개조로 발언한 김의원은 『1인독재에 길들여진 북한주민들이 통곡을 하니 우리도 따라해야 한다는 위선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도의원(민자)은 비교적 차분하게 조문발언파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의원은 『조문발언이 실언인지 역사인식의 왜곡인지 아니면 가치관의 전도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책임과 도덕성을 절감하고 냉정하게 행동하자』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조문단이 간다면 무슨 말을 하고 올 것인가』라며 『국회는 주사파를 해독시키고 경실련등이 궤를 벗어나면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고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에대해 이부영의원(민주)은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조의표명이 지니는 의미를 주장했다. 이의원은 『조문사절 검토용의를 물었던 것은 김일성 개인에 대한 애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남북간 화해와 신뢰를 도모하자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이어 중국과 대만, 중국과 미국의 조문사례 및 일왕 히로히토 사망시 우리측의 조문사절파견등을 예로 드는등 조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김영삼대통령은 상주인 김정일에게 첫인사를 무엇이라 하겠는가』라며 『어차피 대화를 하려면 최소한의 조의표명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여당의석에서는 『내려오라』는 고함이 나왔고 야당측은 『이런 것이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맞고함으로 응수했다.  

 장기욱의원(민주)은 『시골서도 사이가 나빴던 집안끼리 초상을 계기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지 않으냐』면서 『천지신명이 한반도에 절호의 기회를 주었는데 우리는 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는가』라고 조문의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장의원은 『나도 형이 6·25때 김일성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이는 극복해야할 민족의 비극』이라며 『위기를 조장하고 매사를 흑백논리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문문제가 본회의에서 새삼 재론되는 것이 과연 국민정서에 맞는지는 별도의 사안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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