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후 발탁 거의없어 “기피자리”/“경륜·실력살리고 권한강화” 지적 고등법원장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1일 정식 임명된 새 대법관에 일선 법원행정의 최고위직인 고법원장급에서 1명도 발탁되지 못해 고법원장이 대법관직과는 인연이 없는 자리임이 다시 확인됐다. 특히 고법원장중 가장 서열이 앞서는 이영모서울고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직후인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하자 법원 안팎에서는 『오랜 경륜과 실력을 갖춘 중진급 법관들이 대법관 인선에서 계속 배제되는 것은 대법원의 권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대 서울고법원장을 지낸 법관중 15대 원장 유태흥씨는 대법원장까지 올랐다. 강안희(14대) 윤운영(17대)원장도 서울고법원장에서 대법관에 발탁되는 등 과거 서울고법원장은 가장 확실한 대법관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80년이후 서울고법원장을 지낸 8명중에서 1명도 대법관에 오르지 못했다. 대전·대구·부산·광주등 4개 지방 고법원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번 인사 전까지 대법원을 구성한 14명의 대법관중 천경송·안용득대법관만이 고법원장에서 대법관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는 현직 고법원장은 20여명이나 되는 후보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고법원장은 숫제 양로원 노인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법원 주변에서는 고법원장의 위상이 「격하」된 근원을 8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이회창씨(전총리)와 윤일영씨(전중앙선관위원장) 등 2명이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아 일약 대법관으로 발탁된데서 찾고 있다. 고법부장판사들이 대법관이 되는 마당에 고법원장의 경륜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88년 이일규신임대법원장의 대법관 인선때는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윤승영서울고법원장(고시 9회)이 후배인 안우만서울형사지법원장(11회)과 윤영철수원지법원장(11회)에게 추월당했다. 이어 고시 13회의 선두주자로 출중한 실력과 인품으로 법원내외의 신망이 두터운 이영모서울고법원장이 이번까지 3차례의 대법관 인선에서 번번이 탈락, 결국 법복을 벗었다.
고법원장의 대법관 인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경륜과 실력을 인정받은 고법원장급을 우선적으로 대법관으로 발탁, 대법원을 명실상부한 최고법원의 권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법원장등을 거치며 10여년 재판실무에서 떠나 사법행정을 맡아 온 고법원장급은 재판감각에 문제가 있고 과중한 대법원 업무를 처리하는데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있다』는 반대론도 있다.
그러나 찬반론 모두 『사실심 최종심을 관장하는 최고 책임자인 고법원장의 추락된 위상은 시급히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법관 인선에 고법원장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외에도 재판업무와 사법행정을 분리, 고법원장에게 지위에 상응한 권한을 부여하고 특히 고법원장의 지방법원 감독권과 인사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대법원은 대법관인사에 이어 공석인 서울고법원장직을 비롯, 지원장급이상 인사를 곧 단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법원장직은 「명예스러운 자리지만 결코 가고 싶지 않은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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