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협력이 유일한 경제난타개책 인식/수출품생산 확대·시장개척 적극 나설듯/작년채택 「신경제전략」서 기본방향 결정 「북한의 경제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와 관련한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북한의 향후 경제정책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정책변화 과정과 지난해말 발표된 「신경제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김정일이 기본적으로는 김일성의 경제정책을 계승·발전시킬 것이라는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60년대이후 북한의 경제정책은 크게 보아 중공업우선의 고립정책에서 외국기업 투자유치와 무역우선의 대외개방 정책으로 변화해 왔다.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과정은 「자립경제」노선이 퇴색하면서 「대외개방」론이 부상해가는 과정으로 파악될 수 있는데 특히 최근 들어선 외국기업 유치가 지지부진하자 무역우선주의가 대두하고 있다.
중공업 우선주의를 내건 1차 7개년계획(61∼67년)은 경공업과 농업도 병행발전시킨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공업과 경공업을 비롯한 각 부문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시기는 대외무역이나 대외경제협력이라는 문구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력갱생」원칙에 매달렸던 시기였다.
그런데 70년대로 접어들면서 구소련과 중국의 원조중단, 외채누적 및 오일쇼크등으로 「고립성장」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2차 7개년계획(78∼84년)에서 처음으로 「대외무역의 촉진」이라는 목표가 등장했다. 또 2차 7개년계획 마지막해인 84년에는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합영법」이 제정되기도 해 북한은 80년대를 기점으로 무역확대와 대외개방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중반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외국차관 도입이 지불능력 부재로 인한 대외신용도 추락으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것도 무역확대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김정일이 『자립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결코 문을 닫고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한 때가 82년이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상겸박사는 『61년부터 70년대말까지 20년의 기간은 북한이 「자력갱생 경제」의 한계를 배운 「수업기」였다』고 평가한다.
85∼86년의 조정기를 거친뒤 시작된 3차 7개년계획(87∼93년)은 89년을 전후한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된다. 전통적인 우방과의 교역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북한은 동아시아국가들은 물론 미국등 서방국과의 무역확대 및 경제협력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삼성경제연구소 동룡승주임연구원은 『90년대는 북한이 「최소한의 무역」 원칙에서 「필수불가결한 무역」원칙으로 이행한 시기』라고 말한다. 무역권한을 중앙의 무역기관에서 각급 단위의 생산업체와 지방행정기관으로까지 분권화한 이른바 「신무역체계」가 나온 것도 이즈음(92년)이었다.
결국 북한은 지난해말 개최된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제21차 전원회의에서 3차 7개년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고 3대 제일주의(경공업·농업·무역)로 요약되는 「신경제전략」을 채택했다. 전통적 경제협력 파트너인 사회주의권의 몰락에 따른 3차 7개년 계획의 실패는 국제경제협력의 필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북한은 향후 2∼3년을 조정기로 설정, 수출생산기지 정비 수출품 생산 확대 해외시장 적극개척등 「무역제일주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북한은 무역의존도가 지난 90년(20.7%)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던 91년(11.9%)과 92년(11.7%)에 경제난이 심화되고 국민총생산(GNP)도 감소했다는 사실에 주목, 「무역제일주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연구소의 김영윤박사는 『김정일은 무역을 앞세운 「신경제전략」을 중심으로 김일성의 경제정책을 계승·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경제정책은 결국 무역확대와 대외개방쪽으로 흘러왔고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60년대 이후 대내외 여건의 변화속에서 「무역과 개방의 싹」을 키워 왔던 북한은 무역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협력이 북한경제의 거의 유일한 타개책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윤순환기자>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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