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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벌이”에 밀려난 「호치민의 독립어록」(월드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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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벌이”에 밀려난 「호치민의 독립어록」(월드 포커스)

입력
199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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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의 「명통」격인 장티엔가. 온종일 사람과 차량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 이 거리의 중앙우체국건물에는 외국인의 시선을 끄는 초대형 포스터가 하나 붙어 있다. 통일베트남의 전쟁영웅이자 국부격인 호지명(호치민)이 어린이를 안고 있는 그림 옆에 『독립과 자유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없다』는 그의 어록이 씌어 있다. 호치민시(구 사이공)에서 동북쪽으로 약70 떨어진 구치땅굴. 월남전쟁당시 B52기의 융단폭격에서도 끄떡없이 투쟁과 생존을 영위해 가던 베트콩의 지하진지다. 총길이가 무려 2백50에 달한다는 이 지하진지의 작전회의실에도 호치민의 이 어록이 당시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다. 호의 이 어록은 독립과 자유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갈망이 어떠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호의 어록은 충실히 실천됐다. 베트남은 전쟁에서 승리, 정치적인 독립과 자유를 확실히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종전19년째인 지금은 어떤가. 하노이와 호치민의 인력시장에는 일당 1달러의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인 실업자들이 득실댄다. 어디를 가나 구름처럼 몰려 다니는 구걸부대는 이 나라가 과연 「모범공산주의」국가였던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한지붕아래서 칸막이도 없이 가족들이 혼거하는 대부분의 농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공무원이든 서민이든 미국달러라면 사족을 못쓰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베트남국민들은 『전쟁을 통해 정치적 독립과 자유를 쟁취했지만 경제적인 독립과 자유를 얻는데는 실패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베트남은 지금 『과거의 적이면 어떠냐, 달러만 가져 온다면 모두가 우방이다』는 기치아래 미국등 서방자본을 끌어들이느라 여념이 없다. 진정한 독립과 자유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서방기업의 광고간판숲속에 버티고 서 있는 장티엔가의 호치민 어록이 갈수록 왜소해 보였다.<하노이=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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