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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연례행사/이종재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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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연례행사/이종재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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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빌딩 지하2층에는 중앙급전소가 있다. 국내 전력수급을 통제, 지휘하는 전역상황실이다. 1백평 남짓한 이 방에서는 요즘 매일 하오2시에서 4시 사이에 한차례 전쟁이 벌어진다. 20명의 상황실근무자들은 이 시간이 되면 상황판과 컴퓨터를 번갈아 보며 정신없이 전국의 발전·송전소에 작전명령을 내린다. 『고리 원전의 출력을 높여라』 『팔당댐 방류량을 늘려라』등등….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냉방용전력수요가 급증, 올들어 벌써 최대전력수요기록이 13번이나 경신됐다. 전력예비율은 13일 3·5%까지 떨어지는등 연일 3∼5%를 넘나들며 위험수위를 맴돌고 있다. 이렇게 되자 적정예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는 한전상황실은 고장없이 발전소를 가동시키는 대책이 더욱 시급하게 됐다.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출력을 높이는 것보다 발전소의 정상적인 운영이 급하게 된 것이다.

 3∼5%의 전력예비율로는 한 두군데의 발전설비 고장만으로도 전력공급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이미 곳곳의 변압기에 고장이 생겨 서울시내에서는 돌아가면서 절전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현장에서는 조업차질이 빚어져 전력수급의 불안이 산업현장에까지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제한송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나 한전은 그러나 아직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몇년째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정부나 한전이 내세우고 있는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고작 수리중인 발전소를 빨리 정상화시키고 국민들에게 절전홍보를 대대적으로 편다는 정도다. 긴박할 때에는 한전의 냉방기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전력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없다. 한전상황실은 고장없는 전력공급을, 정부는 제발 무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먼 장래를 내다보고 확실한 전력공급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전력난 소동이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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