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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없는 세계는…/김정일 잘몰라 더 부확실성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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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없는 세계는…/김정일 잘몰라 더 부확실성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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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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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이 총을 맞지않고 최후를 맞을 수 있을만큼 잘 처신해온 점은 대단한 것으로 인정해줘야한다. 마지막 스탈린주의적 독재자는 자신을 극단의 전체주의자로 매도하던 사람들조차 아쉬워하도록 만들어놓고 죽었다. 그의 인민들에게는 살아있는 신으로, 그외 대부분의 세계에서는 전쟁광이자 수수께끼의 인물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던 그는 자기를 저주하던 사람조차 사실이 아니길 바랄 정도로 외교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죽었다. 지난 주말 평양라디오방송을 타고 흘러나온 아나운서의 눈물 젖은 목소리는 서울, 도쿄, 북경, 워싱턴으로 파장을 넓혀가 제네바와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담이 열리는 나폴리까지 흔들었다. 평양라디오방송은 그를 「위대하고도 위대했던 인물」로 칭송하고,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세계는 단지 「필요했던 인물」로 평했다.

 동맥경화에 의한 심장마비로 공식발표된 김일성의 죽음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바에서 미국과 북한의 대표자들이 마주앉은 시점에 나왔다. 금요일의 첫회동을 마친 로버트 갈루치미국수석대표가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이었다』고 말한 직후였다. 이후 북한은 회담연기를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양해했다. 하지만 나폴리에서 새벽 6시 30분 이소식을 듣고 잠을 깬 클린턴대통령을 비롯한 미국관리들이 염려한 것은 누가 김일성이 펼쳐놓은 일들을 떠맡을 것인가였다.

 수십년간의 철권통치로 「위대한 독재자」가 된 김일성은 핵으로 야기된 국제적 비난을 무마하기위해 직접 해법을 찾아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을 만난 그는 핵계획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해 긴장분위기를 하룻밤사이에 돌려놓았다. 워싱턴은 유엔에 경제제재안을 상정하려던 것을 철회하는 대신 대화국면으로 전환했다. 오는25일로 예정됐던 남북한 지도자간의 첫 정상회담은 82세의 이 늙은 군주에게 또 하나의 외교적 승리였다. 북한은 이 회담의 계속 추진을 밝혔지만 연기가 된 상태다.

 내부적으로, 그의 죽음은 한시대의 종언이다. 어린이들은 걷잡을 수없는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고 경악한 대중들은 추모의 화환을 들고 거리를 메웠다. 동시에 그의 죽음은 신비의 인물로 벌써부터 우상화된 자신의 후계자인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과연 김정일이 평화를 추구할지 또는 긴장을 택할지, 앞으로 권좌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있을는지 아무도 모른다. 클린턴대통령은 나폴리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당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김영삼대통령은 전한국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렸으나 클린턴대통령은 군부지도자들과 협의한 결과 「경계할 변화의 징후가 없어」 3만5천명의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린턴은 김정일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북한과 김정일을 알고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부시행정부에서 국무차관으로 평양을 상대했던 아놀드 캔터씨조차 『50년대의 크렘린은 현재 북한에 비하면 펼쳐놓은 책과 같다』고 실토한다. 북한은 한반도의 옛 별명인 「은둔의 나라」라는 이름값대로 살아왔다. 지도부내 파벌은 있는지, 누가 이를 이끌며 추구이념은 무엇인지등에 대해 외부세계 고도의 정보분석가마저 유추로 일관해왔다. 「친애하는 지도자」로 알려진 김정일에 대한 평가도 테러리스트부터 개혁주의자까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공산사회에 유례없는 부자세습을 보며 대다수가 일치하는 평가는 아들이 아버지만 못할것이란 점이다.  「그가 태어났을 때백두산에 쌍무지개가 뜨고 모든 지혜와 학문을 배운 초능력자」로 북한사람들에게 선전되어 있지만 그의 북한밖의 세계에 대한 경험은 몇몇 공산주의국과 잠시동안의 유학을 위한 몰타여행이 고작이란 사실이다.

 이점에서 외국정부의 고민은 시작된다. 그는 잘모르기때문에, 또한 외부에 알려지지않았기 때문에 반대자들에게나 전쟁에서 승리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실행할 수 있다. 이 후계자에 대해 로렌스 이글버거전국무장관은 『확실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불확실성만 더 안겨줬다』고 평했다.

 더구나 파탄에 처한 경제상황은 국제적 고립과 함께 그의 발목을 잡고있다. 한국은 이미 북한과의 경쟁관계는 끝난 상태라고 여유를 보인다. 오히려 1조2천억달러에 달할 통일비용과 북한유민의 대거 유입을 걱정하고있는 실정이다.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같은 위치에 서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걸어야한다. 김일성이 그의 아들과 인민에게 물려주고 간 것은 큰 혼란과 사회도처로부터의 도전뿐이다. 김정일이 인민들을 고통으로부터 건져 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쉽지는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정리=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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