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 결정·관리능력 부족”/「결속」와해땐 “급속위축” 소지 「김정일의 북한」이 어떤 모습일지는 곧 그의 통치능력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비록 20∼30년전부터 후계자로 지목돼 「수업」을 받아왔고, 때에 따라서는 북한의 중요 정책을 직접 입안·지시했다고는 하지만 모두 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을 등에 업고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의 통치력을 직접 평가해 볼 수 있는 객관적 토대가 지금까지는 사실상 없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이 생을 마감한 지금부터야말로 그의 통치력은 점수가 매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김정일의 통치력은 과연 몇점을 받을 수 있을까.
그는 「부동의 후계자」였으면서도 막상 그를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내나 서방인사들 중에도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들은 의외로 극소수다. 따라서 그의 성격이나 판단력·업무추진력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일부 서방 언론들은 그를 「호전적 모험주의자」로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83년10월의 아웅산 폭탄테러나 87년11월의 KAL기 폭파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자만심과 우월감이 지나쳐 독선적이며 과격하고 충동적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일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장 시바타 미노루씨는 「수수께끼의 북조선」이란 저서에서 김정일에 대해 천성이 난폭한 반면 도량이 넓으며 주민에게는 겸손한 체하나 측근에게는 오만하고 머리좋고 결단력은 있으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고집이 세며 일단 결심하면 부작용이 있어도 밀고 나간다고 묘사했다.
국내 인사들중 김정일을 가장 가까이서 자주 만나본 신상옥(68)·최은희씨(64)부부도 86년 미국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머리가 아주 좋으나 따듯한 인간성이나 어떤 행위에 대한 죄책감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신씨 부부의 증언을 토대로 미CIA가 파악한 그의 인물평은 『아버지보다 노련미가 없고 편협하며, 즉흥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광범위한 정치적 판단과 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김정일의 정치스타일에 대해 북한 언론들은 지난해부터 「광폭정치」 혹은「인덕정치」라고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예컨대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1월28일 논술에서 『인민을 위한 정치는 그릇이 커야한다』며 『노동계급의 당이 하는 정치는 어디까지나 그 폭이 넓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들이 그의 통치력과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의 통치력은 현재 북한의 정정불안을 여하히 조기에 안정시키고 당면한 식량난과 경제난, 개방정책, 핵문제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사실상 북한을 이끄는 엘리트들은 이같은 「위기의식」을 고려해서라도 일단은 김정일을 중심으로 결속해 그의 통치력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따라서 향후 그의 통치력을 굳이 추정해 본다면 당분간은 꽤 높은 점수를 얻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북한의 내부 권력암투가 가시화하면서 점차 사그라들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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