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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체제의 앞날」 정치심리학적 분석/김일평(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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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체제의 앞날」 정치심리학적 분석/김일평(특별기고)

입력
199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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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성격 결함… 「엉뚱한 혼란」 가능성/어릴적 모사망·피란경험으로 부에 대한 반항심 싹터/「오이디푸스 콤플렉스」서 비롯한 비현실·극단적 성격 북한주석 김일성의 사망으로 북한의 혁명세대는 끝나고 김정일이 이끄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게 됐다. 김정일체제의 등장은 한반도 정치상황의 중요변수이며 동북아시아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김정일체제를 분석하고 이해하는데는 여러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이 글에서는 김정일의 성장과 성격형성 과정등을 분석하는 정치심리학적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김정일체제의 방향과 안정성을 예측하고자 한다.

 김정일은 42년 2월 러시아에서 태어나 해방후 북한에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7세때인 49년 9월 어머니 김정숙을 여의었으며 한국전쟁중에는 중국의 길림에 피란을 갔었다. 어린시절 김정일이 겪는 두 경험, 어머니사망과 중국피란은 그의 성격형성에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그의 체제가 지닐 성향을 밝히는 주요 단서가 될 것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어릴적 어머니의 죽음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아버지의 권위를 무시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생기게 한다. 김정일은 어머니를 여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 슈라의 죽음까지 겪었으며 아버지와 떨어져 중국에 피란을 가 53년 8월 평양으로 귀환했다. 이 기간에 김정일은 심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사로 잡혔기 때문에 성장해서도 성격이 매우 과격하고 감상적이며 안하무인적인 행동을 하리라고 보인다. 널리 알려진대로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영향으로 비현실적이고 즉흥적이며 극단적인 성격을 갖게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김정일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영향으로 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반항심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TV화면에 비쳤던대로 아버지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든가 아버지를 향해 총쏘는 시늉을 하는 것에서 그 일단을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은 김일성의 말을 인용해 김일성이 10년 집권할 생각이며 김정일의 승계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바 있다. 오만불손하고 아버지에게조차 반항적인 김정일이 김일성생존 동안은 권력을 완전승계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불안정하고 과격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 김정일이 북한체제를 이끌고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성격과 자질 사이에는 분리시키기 어려운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70년대초부터 20여년 동안 지도자 훈련을 받아 조직관리 기법과 행정능력은 상당히 단련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나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볼 때 기본성격의 결함으로 그가 끌고갈 체제내부는 엉뚱한 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길림에서 피란생활을 하였을 때 김정일의 일상과 심리상태를 기록한 자료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평양의 중국대사관에 근무했던 북한전문가로 중국외교부에 근무하는 T씨는 필자에게 『김정일은 어렸을 때 평양 중국대사관에 자주 찾아와서 중국만화책을 자주 봤으며 무술영화을 매우 즐겼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피란 시절 경험했던 중국적 분위기가 계속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러한 체험은 김정일의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형성은 물론 중국에 대한 관심을 키워 그가 중국을 체제의 모델로 선택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64년 김일성대학 정치경제과를 졸업하면서 「사회주의 건설에서 군(군)의 위치와 역할」이란 논문을 썼다. 그 내용은 농촌과 도시의 차이를 좁히는데 있어 군단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북한의 행정개혁을 지방분권제, 즉 군단위로 조직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보았던 것이다. 당시 중국의 인민공사와 대약진운동이 실패한 이후 다루어졌던 농촌과 도시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를 김정일은 대학에서 연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주석직을 승계할 경우 그의 독특한 개성대로 김일성체제와는 다른 김정일 특유의 체제를 창출하여 체제안정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북한정치의 방향을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되 경제는 과감히 개혁하여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성장과정에 겪은 중국체험과 관심에다 소련등 동구의 몰락에도 흔들리지 않고 개방 개혁을 착실히 이뤄가는 중국의 현실에 대한 실용적 가치판단이 김정일로 하여금 중국을 자신의 체제모델로 선택하도록 할 것이다.

 김정일이 자신에 내재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얼마나 극복하여 반대파를 잘 무마하면서 안정적으로 체제의 위기관리를 해낼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미코네티컷대 국제정치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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