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은 전범… 한국전 참전군인 모독/미국민 전체뜻 될수없는 부적절한 내용” 김일성북한주석 사망과 관련한 클린턴미국대통령의 「애도 성명」이 미국내 보수파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어 향후 북·미관계의 진행추이와 맞물려 색다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9일 나폴리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중 김북한주석의 급서소식을 접한 직후 특별성명을 발표,『미국민을 대표해 김주석의 죽음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북·미대화를 재개시킨 그의 지도력을 인정하며 양측대화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북한간의 지난날을 상기해 볼 때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성명은 이례적이고도 지나치게 유화적인 냄새가 짙게 풍기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을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혹은 「깡패국가」로 곧잘 불러 온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국 국가원수 서거 때에 버금가는 내용의 애도성명을 대통령이 발표할 수가 있는 것이냐란 지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일성의 죽음에 애도를 표시하는 것이 과연 미국민 전체의 뜻이 될 수 있겠느냐는 식의 가시돋친 목소리인 셈이다.
급기야 미의회내 보수파를 향도하는 중량급 정치인들이 클린턴대통령의 성명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공화당 원내총무인 보브 돌상원의원은 『「짐승같은 독재자의 말노」에 대한 클린턴의 성명은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라며 『한국전에 참전한 재향군인들과 가족들의 분노를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돌의원은 특히 『클린턴은 아마도 한국전을 일으킨 김일성에게 5만4천명의 미군생명을 앗아가고 10만명의 미군을 부상케 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같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상원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매케인의원은 NBC TV에 출연해 『클린턴은 매우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문을 연 뒤 『김일성은 전범이며 우리 국민을 죽게 한 책임을 져야 할 작자인데도 클린턴은 이를 무시한 채 미국의 재향군인 가족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고 흥분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애도성명과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유화적 제스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논란이 현재 미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국언론들 특히 CNN방송을 위시해 최근들어 북한문제에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온 주요 매체들이 지나치게 흥미주의에 편승해 김일성사망을 다룸으로써 본질문제가 다소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묘하게도 절대통치자 김일성의 이미지가 미언론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김일성은 사망함으로써 미국내에서 「전범 김일성」의 이미지를 퇴색시켜 가고 있는 느낌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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