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달리 오래는 못가/「대이은 충성」 회의땐 혼란→이성회복 북한주석 김일성의 사망후 극도의 비탄에 빠져있는 북한주민들의 심리상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평양 등 북한 전역의 김일성 동상 앞에는 매일 수만명씩의 북한 주민들이 몰려 통곡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실신까지 했다고 북한방송은 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현대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였던 이란의 호메이니가 죽었을 때나 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사회의 반응은 「광신적」이라기 보다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민경환교수(사회심리학)는 『북한사회는 봉건사회의 가족과 같은 1차집단으로 볼 수 있고, 김일성은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 일상생활 등을 완전히 지배해 온 절대적 권위자이기 때문에 그의 사망은 주민들에게는 정신적 지주가 없어지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적십자병원 송수식원장(정신과)도 『북한의 집단애도현상은 어느 정도 강요된 면이 있겠지만 김일성이 49년동안 정신적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 대부분의 주민들이 극단적인 허탈감과 공허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사회의 집단애도현상이 친부모를 잃은 경우와 같이 심리저변에 지속적인 상실감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두영박사(신경정신과장)는 『북한은 자발적인 적응집단과 강요된 적응집단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심리가 서로 교차되고 충성경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획일화된 구조로 발전해 온 사회여서 이번 애도 행렬은 체제가 만들어낸 감정의 수동적인 표현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의 집단애도반응은 시간이 흐르면서 곧 상실감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는 이성적 반응의 단계로 접어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경환교수는 『절대적 우상을 잃어버린 북한주민들에게는 공허감에 따른 불안감이 팽배할 것이며 이에 따라 김일성의 후계자에 거는 기대도 엄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후계자인 김정일이 실질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북한 사회는 극단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일이 어느 정도 지도력을 보이면 북한사회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강한 결속력을 보이겠지만 지도력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북한주민들의 심리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집단애도현상이 진정되고 나면 49년동안 교육과 선전에 세뇌된 북한주민들이 급속히 자아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족통일연구원 서재진북한연구실장은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한 김일성의 사망은 일시적으로는 심각한 상실감을 주겠지만 그 상실감을 회의하고 주민들 자신의 존재를 이성적으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수천만명의 북한주민들을 「광신도」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처지와 심정을 이해하고 따뜻한 동정의 눈으로 보려는 동족으로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우리 사회의 「이성적」 자세를 촉구했다.【선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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