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경제가 국제경제협조까지 부인은 아니다”/“넉넉한 물질문화생활 마련해야 경제자립가능”/“빈밥그릇놓고는 사회주의적 애국사상 불가능”/“사회주의해보니 먹고살려면 서방진출 불가피”/자립경제·국민풍요·경협중시 “일관”/경공업육성·3난해결 주력할듯 북한의 김정일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이 어떤 경제관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관계기관이 김정일의 논문과 공개석상에서의 경제관련 발언 및 담화문등을 입수해 분석한 「김정일체제의 북한경제 전망」에 의하면 북한은 앞으로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개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김정일은 또 광업과 경공업분야의 개발과 식량자급, 수출확대에 주력하는 경제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의하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정치경제학부를 전공한 김정일이 자신의 경제관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준 논문이 82년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기념하는 전국주체사상토론회에서 발표한 「주체사상에 대하여」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은 결코 문을 닫아걸고 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립경제는 다른 나라에 의한 경제적 지배와 예속을 반대하는 것이지 국제적인 경제협조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주의나라들, 신흥세력나라들이 서로 경제기술적으로 긴밀히 협조하는 것은 이 나라들의 경제적 자립을 보장하고 경제적 위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제는 사회생활의 물질적 기초』라고 말하고 『넉넉한 물질문화생활을 마련할 때 경제자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종합적으로 발전된 자립경제를 건설하자면 중공업을 우선 발전시키되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노선이 필요하고 기계제작공업을 핵심으로 한 중공업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둥』이라는 견해를 폈다.
그는 84년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협의회 담화에서 『조국통일위업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은 북과 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인 동시에 심각한 경제전』이라고 강조하고 『빈 밥그릇을 놓고 사회주의제도가 좋다고 교양해서는 그들이 사회주의적 애국주의사상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해 사상보다 「경제」가 우선함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은 84년 기존의 중공업중심의 사회주의 발전전략과 다소 상충되는 「8·3 인민소비품생산운동」을 주창, 「식의주」위주의 경공업중흥책을 펼쳤다.
87년 당중앙위 책임일꾼들과의 담화에는 서구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그의 견해가 담겨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자본주의 열강들이 상품시장을 쟁탈하기 위해 파괴적인 무장충돌을 벌였다. 그러나 2차대전후 자본의 국제화가 급속히 추진됨에 따라 자본주의 열강들은 물고 뜯는 관계로부터 서로 경제·기술적으로 의존하고 결탁하는 관계로 넘어가 파멸에 직면했던 자본주의가 되살아나게 됐다』고 표현, 자본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92년2월 과학자 기술자조직결성 16주년을 맞아서는 『석탄공업과 경공업분야에 돌격대 중앙지휘부를 조직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정일의 논문과 어록으로 미뤄볼 때 김정일의 경제관은 중공업육성에서 경공업육성으로 전환됐고 그는 자립경제와 국민들의 편안한 생활, 외국과의 경제협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에는 김정일이 『사회주의를 한 30년 해보니까 역시 국민들을 먹여 살리자면 서방세계로 뻗어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혀온 것으로 전해져 김정일체제는 경제개방을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김정일체제의 북한은 식량과 연료 외화난등 3난을 해결하는 경제정책을 우선 펼 것으로 보인다. 관계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체제로의 정치적 안정을 조속히 이룰 경우 대외개방이 가속화되고 일본 독일 미국등 서방 선진국들의 대북경협도 폭넓게 진전될 것』으로 예측했다.<이종재·남대희기자>이종재·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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