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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조문” 파문/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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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조문” 파문/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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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적 정서에서는 적장이라도 죽으면 조문한다』 『김일성주석을 정상회담의 당사자로 인정했던만큼 조의를 전하고 북한주민을 위로하자』 11일 국회 외무통일위, 행정경제위등에서는 일부 야당의원들이 「김일성조문」을 주장하고 나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하루가 지나자 파문은 확대되었고 일파만파를 불러 일으켰다. 민자당은 「무분별」 「우려」라는 표현으로 이를 비난하고 나섰고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파악한 민주당은 『당론이 아니고 의원 개인차원의 의견개진이다』고 파문을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발언당사자들도 『반드시 조문을 하자는게 아니고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 전술적 차원에서 조문기회를 활용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또 『일왕의 사망 때 우리정부가 조문했고 대만은 모택동주석사망에 조의를 표했다』고 나름의 논리를 폈다.

 그러나 국민정서는 조문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는 차원을 넘어 분노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일 하루종일 조문 주장을 편 의원과 민주당, 그리고 각 언론기관에는 조문발언을 비난하는 전화가 폭주했다. 단순히 『6·25 때 우리 아버지가 죽었는데…』라는 식만은 아니었다. 철없는 운동권학생도 아닌 국민의 대표가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김일성은 수백만 민족에죽음과 고통을 강요한 6·25의 도발자이자 KAL기폭파·아웅산테러등을 자행하고도 이를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있다. 김일성의 책임을 사후에라도 짚고 넘어 가야 한다는게 조문주장에 분개하는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다. 김일성은 조국분단과 동족상잔에 책임을 져야할 「전범」이라는 것이다.

 조문발언을 한 야당의원들은 「진보」나 「민족주의적 개척자적 자세」로 자신의 주장을 자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청난 과오를 범해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준 김일성을 형식논리상으로 접근하는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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