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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한국연구소 연구원/스테픈 린턴 NYT기고(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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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한국연구소 연구원/스테픈 린턴 NYT기고(요지)

입력
199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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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몰아세우면 안된다/외부압력주면 「핵요새」구축 가능성 뉴욕 타임스는 11일자 국제해설면에 스테픈 린턴( STEPHEN LINTON)컬럼비아대 한국연구소 연구원의 기고를 게재했다. 스테픈 린턴연구원은 이 기고문에서 후계자 김정일이 지도력을 수습할 때까지 북한을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압박을 받을 경우 김정일은 「핵 요새」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4대째 선교사 집안에서 태어난 스테픈 린턴연구원은 한국어에 능통해 빌리 그레이엄목사 방북때 한국어 통역을 담당한 바 있다. 다음은 스테픈 린턴연구원의 기고문 요지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고 그들과 친분관계도 없다. 또 시도한 사람들 대부분은 「지상낙원」에 들어가는 것이 거부당해 왔다. 서방분석가들은 김일성을 한마디로 「스탈린식 독재자」라고 격하했다. 그러나 한 전제군주의 퇴장은 발전의 기회라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볼때 그의 죽음은 북한주민과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이란 면에서 긍정적 발전으로 이해돼야 한다.

 물론 정반대 해석도 사실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든 타이밍 나쁜 그의 죽음은 북한과 세계 전체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 신중하고 주도면밀할수록 당연히 북핵위협을 없애려는 클린턴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여기서 핵심은 북한주민들에게 김일성은 누구이며 김정일은 어떤 인물로 비쳐지는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그들은 거대한 김일성동상앞에서 「위대한 수령」의 죽음을 대성통곡했다. 이들의 자발적인 애도표현을 해괴한 개인숭배행위로 단정해 버린다면, 김을 금세기 가장 애증을 동시에 받게 한 이유에 대해 알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바깥 세계에 불가사의한 김의 신격화는 시골의 촌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사회는 개인·혈족관계 및 유교사상으로 굳게 결속돼 있다. 2천2백만명의 단일민족인 북한은 동족촌처럼 행동한다. 이 경우 「촌장」이 죽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촌장의 죽음은 하루아침에 중심없는 마을을 만든다. 그는 정신적·정치적 리더십을 소유하며 그것은 개인적·도덕적 권위를 갖기 때문에 촌장의 죽음이라는 큰 공백을 메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새 지도자가 출현한 뒤에야 마을은 아이덴티티와 목적의식을 회복한다. 이 중요한 과도기에 외부로부터 도전을 받으면 산산조각날 수 있다.

 이런 사회는 흔히 사회관습이 문서화가 안돼 있어 강력한 지도자가 죽으면 문서·법제화된 사회보다 붕괴하기 쉽다. 촌장의 승계는 많은 시간과 사회 에너지를 요구하는 미묘한 과정이다. 승계는 자동적이 아니라 후계자가 「천명」 즉 절대적인 도덕적 권위를 가진 것으로 주민들에 의해 수긍될 때만 가능하다.

 승계의 모호성과 전통에의 저항이 클수록 시간이 걸리며 사회의 리스크도 커진다. 또 과도기가 길수록 사회조직은 금이 가고 사소한 알력이 통제할 수 없을 지경으로 확대된다. 승계는 엄청난 사회격변과정이다. 북한의 전통적인「부락생활」은 경직되고 구조화된 개인관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개인의 상대적 입장은 중심부의 변화에 영향받는다. 김이 「민족의 태양」이라 불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년동안 김일성은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확정짓기 위해 집요한 작업을 해 왔다. 핵위기조성의 중심부에는 그가 자신과 아들만이 적들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인식시키려는 시도가 깔려 있다. 불행히도 그는 완전한 정통성의 토대를 끝내주기 직전에 사망했다.

 김정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외부로부터 인정받는 일이다. 주체사상을 외쳐온 점을 볼 때 아이로니컬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진력해 온 점을 보면 이해가 간다. 따라서 이 시점이 미국이 핵위기를 풀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다. 김정일을 인정하고 그의 정통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북한정권을 전복시킬 의도가 없다는 것을 천명함으로써 북한의 전통문화를 유리한 쪽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20년전 시작된 김정일의 승계작업을 흥정했고 앞으로 또 10년을 허비하면서 오판할 여유가 없다. 외부압력은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김정일이 불안정하다고 느낄수록 더욱 핵요새구축에 대해 유혹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승계과정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김일성하에서처럼 고립·불간섭주의를 요구할 수 있다. 북한에 다시 새로운 지도자가 나설 시간을 줘야 한다.<정리=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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