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에 엄청난 고통준 최대전범”/“분단책임 누구에게 묻나” 허탈감 6·25전쟁터에서 팔·다리를 잃고 한맺힌 삶을 살아온 전상자들에게 김일성의 사망은 가장 증오해온 한 전범의 죽음일 뿐이었다.
서울강동구둔촌동 한국보훈병원에 입원중인 6·25전상자는 11일현재 2백50여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10여명은 전신마비등으로 40여년동안 이병원 저병원을 전전하며 병고와 싸우고 있다.
이들은 김일성사망에 대해 조금도 놀라지 않았고 연일 계속되는 매스컴의 북한관련 뉴스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80평생 영화를 누리다 간 1인독재자에게 남북분단의 책임을 묻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전신마비에 말도 못하는 최영석씨(60)는 간병인이 『김일성이 죽었다』고 말해주자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최씨는 한맺힌 절규라도 털어놓고 싶은듯 입술을 움직이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예비역중사인 정종명씨(66·서울서초구서초동)는 51년 8월 강원 양구군 880고지에서 교전중 양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정씨는 지금까지 다섯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목발과 휠체어에 의지해야 겨우 움직일 수 있다.
정씨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김일성이 자연사했다는 사실이 억울하다』고 분노감을 표시했다.
중동부전선에서 적의 총탄에 좌측대퇴부를 맞아 인공관절을 넣고 살아온 예비역중령 이성규씨(73·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기에 김일성이 이번에는 통일을 위한 협상안을 들고 나오기를 기대했었다』며 통일의 길이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나와 온집안을 산산조각내 한평생 증오의 대상이던 김일성이 사라져 오히려 허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상자들에게 비극적인 삶을 안겨준 김일성은 갔으나 그들의 아픔은 씻을 수 없는 전흔으로 남아있다.<염영남기자>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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