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비병 무표정한 얼굴 순찰/몰려오던 북견학단도 사라져【판문점=이태희기자】 남북분단의 상징으로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라 세계뉴스의 초점이 돼온 판문점의 분위기가 김일성사망이후 다시 얼어붙었다. 8일까지도 통일의 열기로 술렁이던 역사의 현장은 기자가 찾아간 11일 무거운 침묵속에 정적만이 감돌았다.
우리측 경비초소에서 3 떨어진 곳에 있는 1백60 높이의 기 게양대에는 조기로 걸린 인공기가 검은 리본을 매달고 펄럭였다.
게양대옆 철탑에는 아직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라는 선전글귀가 남아있었고 언덕에는 김정일의 지도력을 강조하는 「향도성을 따르자」라는 대형 선전판이 시선을 끌었다. 모처럼 날씨가 맑아 빼어난 위용을 자랑하는 송악산도 손에 잡힐듯 가까워보였다.
북측에서 판문점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72시간 다리」는 차량은 물론 인적이 끊긴채 폭염속에 누워 있었다. 무표정한 북한 순찰병사 10여명의 왼쪽 가슴에는 아직 김일성배지가 달려 있었다. 1백여 앞에 있는 북한병사들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황급히 몸을 건물뒤로 숨겼다. 언덕위의 북한초소에서는 경비병이 망원경으로 취재진과 관광객들을 주시했다.
판문점 우리측 초소에서 3㎞ 떨어져있는 북한의 선전마을 기정동 주민들도 평소와 같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고 군관계자들이 전했다.
최순건중위(25)는 『김일성사망후 아직까지 북한측의 변화는 감지할 수 없으나 동요의 작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경비초소 윤선진병장(23)은 『북한병사들이 김일성사망 전에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다가와 자주 말을 붙였는데 8일이후에는 입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또 매일 수십명씩 몰려와 남한쪽을 「관광」하던 북한측 견학단의 모습이 사라진 것도 판문점의 작은 변화이다.
유엔사측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의 군사정전위 본회의장등은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이다.
판문점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된 뒤부터 대남비방방송은 사라졌다. 그대신 11일부터는 간간이 『김정일동지가 장례위원장이 됐다』는 등의 보도방송이 되풀이 됐다. 대남방송중에는「내가 사는 내나라 제일로 좋은 나라」로 시작하는 북한선전가요가 자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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