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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통성확보」가 어렵다(김일성 사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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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통성확보」가 어렵다(김일성 사후:3)

입력
199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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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차별화사이 선택 딜레마/「경제난해결」서 돌파구 찾을듯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북한의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김정일정권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북한의 새 정권이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다는 분석이며 김정일체제의 장래도 이들 과제에 어떻게 대처해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이 실질적으로 북한의 권력을 장악할 경우 그는 무엇보다 군과 당등 권력엘리트의 절대적 지지확보와 주민의 내부통합에 치중해야할 것으로 전망 된다. 김은 평소 김일성과 동지적 관계에 있었던 빨치산 1세대들에게 각별한 예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정일이 발탁한 혁명2세대들이나「3대 혁명소조」출신들이 요소요소에서 그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지기반 확보에 있어  20여년간의 권력승계 준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새 정권은 과거 김일성체제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김정일은 김일성의 후광을 바탕으로 「주체사상의 계승자」임을 부각시키며 정통성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공산국가에서 절대권력후의 차기정권들은 대부분 전임자를 비판함으로써 정통성을 획득했으나 김정일의 경우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처지이다. 때문에 김정일은 내부통합을 위한 새로운 이념창출 단계에서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크다.

 김정일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내부갈등요인중 하나는 경제문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를 현상태로 유지할 경우 김정일체제는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생활수준 저하와 남북간의 경제력 차이 심화는 점차 북한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외부정보의 차단도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이라는 신적 존재로 억제해왔던 불안요인은 새 정권의 출범으로 표면화할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권의 안정성확보를 위해서는 경제수준향상이 새 정권의 필연적인 과제이다.

 김일성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김정일은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념을 그대로 계승할 경우 정통성 확보를 위한 차별화는 북한 최대현안인 경제문제 해결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문제 자체도 김정일에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북한의 경제문제 해결은 개방을 전제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식 경제개발 방식도 북한에는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더라도 외부세계와의 접촉은 불가피하며 이는 곧 새로운 사회갈등과 보수파의 반발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외부정보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경제개발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김정일은 한때 개방론자로도 알려졌고 그의 주변에는 해외사정에 밝은 테크노크라트가 많다는 점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김정일정권이 해결해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핵문제이다. 핵개발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군부내 보수강경파와 서방의 집중적인 외교압력 사이에서 김정일은 집권초기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핵문제는 완전타결과 제재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몰려있는 상황이므로 더 이상의 시간여유를 가질 수 없다. 대북제재는 곧 북한경제 상황의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김정일의 선택은 핵외적인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미국 일본등과의 외교관계 수립등 서방과의 공식적인 관계개선도 김정일정권의 과제이나 이 사안 역시 핵문제해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결국 김정일이 안고 있는 과제는 개방과 폐쇄중 어느쪽을 선택할 것이냐에 따라 상반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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