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 내무차관지낸 강상호옹 특별기고/“김정일집권땐 쿠데타 가능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 내무차관지낸 강상호옹 특별기고/“김정일집권땐 쿠데타 가능성”

입력
1994.07.12 00:00
0 0

◎성격 괴팍… 군부선 깔보고 인민들도 싫어해 김일성정권하에서 내무성 제1부상(차관)과 정치국장을 역임하다 숙청돼 지난59년 소련으로 망명한 강상호옹(85)은 9일 김일성주석의 사망과 관련, 자신이 본 김주석과 김정일, 그리고 향후 북한의 체제변화에 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러시아방송 뉴스를 통해 김주석 사망소식을 들었다. 그는 무고한 수많은 인민들을 처형하거나 강제수용소에 보내는등 폭압정치를 편 독재자였다. 그래서 한국민 전체로 볼 때 그의 죽음은 다행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인민들이 김주석사망이라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반세기에 걸쳐 계속돼온 북한의 독재정권을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주석은 얼마전까지도 지미 카터전미대통령과 만나는등 겉으로는 건강이 괜찮아보였다. 이는 체질이 좋은데다 혼자 잘먹고 잘사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나이에 비해 비록 풍채가 좋다 하더라도 지난 1∼2년간 전세계가 북핵문제로 압력을 가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을 것이다.

 그의 속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을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김주석은 심장이 나쁘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오래 버틸 수 있었겠는가.

 김주석과의 인연은 지난46년부터다. 당시 나는 북한 내각직속의 간부학교 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김주석은 물론 김책, 강건등 북한 지도자들이 나의 집근처에 살고 있어 서로 왕래하며 지냈다.

 김주석은 그후 소련군이 지원하는 간부학교로 나를 찾아와 혁명을 같이 하자고 권했다.

 나는 48년까지 간부학교 교장을 역임한 뒤 중앙노동당 학교등을 거쳐 내무성 정치국장과 제1부상까지 지냈다. 김주석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59년 여름이었는데 당시 그는 성대가 아파서 고생하고 있었으며 주치의가 늘 뒤를 따라다녔다.

 김주석은 기억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활달하며 말을 잘한다. 하지만 자신과 사이가 나쁜 사람이나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꼭 보복을 했다. 나는 소련과 친하다는 이유로 반동분자로 몰려 2개월간 조사를 받은 뒤 추방당했다.

 그는 독재권력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을 도와준 많은 간부들을 터무니없는 이유를 붙여 처형하거나 강제노동수용소등으로 보냈다. 그와중에 일부는 소련이나 중국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

 김정일은 어렸을 때부터 잘 안다. 그는 어릴때부터 성격이 괴팍했다. 하루는 나의 아들이 소련제 장난감 총을 갖고 놀다가 김정일에게 빼앗기기도 했다.그는 고집불통에다 심술쟁이다.

 김정일은 현재 북한에서 지지를 별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하바로프스크에 살고 있는 옛동지들과 북한에서 탈출한 노동자들의 말을 빌리면 북한 인민들은 성격이 괴팍하고 우둔한 그를 싫어한다고 전했다. 어릴때 행동으로 볼 때 그가 정권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북한군부도 그를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군은 그동안 김주석은 지지해왔지만 김정일은 깔보고 있다. 특히 고위장성중에는 김정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때문에 앞으로 군부내 김정일 반대파와 지지파간에 격렬한 권력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주석집권시에도 북한 군부내 일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숙청되기도했다. 김정일이 집권하면 그같은 일은 더욱 빈번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주석이 살아있는 한 남북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는 자신의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의한 무력통일외에는 어떠한 형태의 통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제 그가 죽은 만큼 통일의 실현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있다. 물론 북한 정권내부에서 강·온파간에 혹은 김정일에 대한 지지파와 반대파간에 권력다툼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과정에서 북한내의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통일은 더욱 쉬워진다.

 러시아는 김주석체제의 타도를 목표로 결성한 단체가 있다. 나는 3년전 김주석에게 숙청된 박갑동, 전소련주재 대사 이상조등과 20여명이 3년전 김일성타도와 북한 민주정권 쟁취를 위한 「구국전선」을 만들었다.

 구국전선은 지난해 워싱턴에서 2차회의를 갖고 올해는 10월께 서울에서 회의를 할 계획이었으나 김주석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회의를 오는 8월말이나 9월초로 앞당겨 개최, 김주석사후 행동계획을 모색할 계획이다.

 우선 해외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반대 세력을 규합, 북한의 지하단체와 함께 김주석이 죽기전에 구상한 새로운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그보다 먼저 러시아에 있는 인사들과 만나 독재자 김일성사망을 축하하는 모입도 가질 생각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