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대북영향력 선점” 신속인정/미 이례적애도·일 조문단추진 미국 중국 일본등 한반도 주변국가들은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김일성주석의 사망발표가 있은 직후부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한내부의 김정일후계체제 기반구축 속도와 비슷하게 다각도의 접근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후계체제를 겨냥한 이같은 접근은 아직 조심스런 단계에서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9일 김일성주석 사망발표후 가장 빨리 장의위원장을 맡은 김정일을 차기지도자로 인정하는 신호를 보냈다. 중국의 당과 정부 의회 군부등 4대권력 책임자인 강택민당총서기, 이붕총리, 교석전인대 상무위원장등 중국지도자들은 북한노동당앞으로 보낸 김일성 애도 조전에서 『조선인민들은 김주석의 유지를 받들어 김정일동지를 중심으로 단결하기를 바란다』며 김주석 이후의 김정일체제를 사실상 승인했다.
특히 이같은 조문이 김주석의 사망이 공식발표된 9일 지방시찰중이던 강총서기겸 국가주석이 급거 북경으로 되돌아와 소집한 당정비상대책회의에서 확정된 것으로 전해져 중국지도부의 공식적인 대북정책기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앞으로 북한의 장기권력 공백이 양국관계 및 동북아안정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북한내 각 정치세력에 중국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지하고 있음을 조전형식을 빌려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은 앞으로 예상되는 주변강대국과의 대북영향력 확보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후계체제의 조기인정」카드를 내밀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김정일체제의 등장을 겨냥한 사전포석도 의외로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 빌 클린턴미대통령은 김일성사망발표일인 지난9일 기존의 한미 북미관계의 관행에 비춰볼때 놀랄만한 「애도」의 조전을 보내고 『북한이 외국조문객의 방문을 허용할 경우 보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장의위원장인 김정일에게는 최대의 우호 제스처이다. 그러나 과거 공산독재치하에서 절대권력자가 사망한후 장의위원장을 맡은 인사가 후계자로 등장해온 사례를 감안하면 미국의 김정일에 대한 평가를 엿볼 수 있다. 미국은 조문객을 통해 후계자인 김정일과 대화창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외정책 실무책임자인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하루만에 더욱 구체적인 표현으로 김정일을 대화상대로 받아들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미NBC TV등 주요언론과의 회견에서 『장의위원장을 맡은 김정일이 후계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것같다』며 『김일성의 후계자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차기후계자라는 표현을 빌려 김정일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크리스토퍼의 이같은 발언은 김일성시절에도 나오지 않았던 재빠른 후계체제인정 신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무부의 한 관리가 『북한 후계체제의 안정을 위해 경제지원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미국의 호의적 분위기의 반영으로 보인다.
일본도 친북성향의 사회당 총리정부가 김정일체제를 조기승인하고 이를 관계정상화에 연결시키려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폴리에서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의 병환으로 일시 대외정책을 주관했던 고노 요헤이(하야양평)부총리겸 외무장관은 10일 『김정일이 장의위원장으로 선출됐고 권력이양의 변수인 군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등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북한의 권력이양은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김정일체제의 등장을 예고했다.
더욱이 일본집권연정인 사회 자민당은 북한에 당차원의 조문객파견을 추진, 대외적으로는 당 대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공식대표로 활용할 속셈을 드러냈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중의 의욕적인 김정일접근 노력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러시아는 물론 친북 사회주의국가, 일부서방국가들도 신속하게 김정일체제등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김일성의 사망이 북한체제의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혀 사실상 제2인자인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각국 동향을 미뤄볼때 국제사회는 예상외로 빠른 시일내에 김정일체제를 인정하고 대화상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가 먼저 어떤 형태로 이를 공식화시킬 것인지는 각국이 처한 환경과 대북전략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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