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사망한 지난 8일 북한의 명태와 철강코일등을 실은 화물선이 인천항에 입항했다. 또 며칠후엔 북한술등 잡화를 실은 삼선해운소속화물선이 남포항을 떠나 인천항에 들어올 예정이다. 「아무리 파도가 거세도 배는 간다」는 말처럼 정치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은 대부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김일성의 사망으로 민간경제계가 꾸준히 추진해왔던 남북경협이 급냉할 것이고 재계도 당분간은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물론 남북직교역 확대나 직접투자 실시등 보다 발전된 형태의 남북경협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그룹 북한관계자들은 「급랭세」을 『뭘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한 예로 국내굴지의 모종합상사는 클린턴미대통령이 대북제재안을 유엔에 상정하겠다고 발표하고 미항모 인디펜던스호가 한국근해로 이동하는등 「전쟁위기」가 팽배했던 지난 6월초에도 의류임가공 원부자재를 실은 컨테이너 15개를 예정대로 북한에 반출했었다. 또 북핵문제로 남북간에 극도의 긴장이 조성됐던 올 1∼6월중 위탁가공무역건수(46건)가 지난해 같은 기간(20건)보다 2배이상 많았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한 것이다.
남북경협의 신호탄이었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특별선언」(7·7선언)이 전격 발표된 것은 지난 88년이었다. 그 뒤 6년여의 기간동안 민간경제계는 이렇게 정치적 풍파속에서도 쉽게 끊어지지 않을만큼 단단한 「경협밧줄」을 이어놓았다. 고합상사의 주상훈사장이 『그동안 지속돼왔던 물자교역과 위탁가공무역은 특별한 변동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것도 남북경협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명맥을 유지해온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이 이제 「탄력」을 넘어선 「자생력」을 얻은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근대자본주의가 정경분리속에서 발전했다는 사실은 남북경협과 관련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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