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의 충격이 연이틀째 국민들의 의식을 뒤흔들어 놓고있다. 먼저 한국동란을 일으켜 동족3백여만명의 목숨을 앗은 전쟁원흉의 퇴장이니 누구인들 진한 감상이 없을 수가 없다 하겠다. 사실 공산종주국의 몰락으로 냉전시대는 이미 끝났다지만 유독 한반도에서만은 김주석의 끈덕진 장기집권과 핵카드 구사로 냉전체제붕괴에 따른 평화무드나 독일에서와 같은 통일의 감격을 하나도 누릴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구상의 마지막 교조적 세습공산정권존속으로 인한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우리 모두는 쓰라린 심정으로 안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아픔과 오명의 상징이라 할 김주석의 사망은 국민의식속에 벌써부터 분단과 이산시대의 종언이라는 섣부른 기대감을 부채질할 수도 있겠다. 엊그제 갑작스런 사망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당장 고향방문이 성사되느냐고 가슴 설레어하는 일부 실향민들의 성급함조차 엿보였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분단50년만의 첫 정상회담 무산을 현실적으로 가장 아쉬워하는 반응들도 많다.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그 역사적 대좌에서 남북간의 화해·공존·협력·왕래의 구체적 가닥이 잡히기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김주석의 사망으로 모처럼의 기대가 날아가 버렸다는 탄식인 것이다.
이런 아쉬움과 탄식은 또다른 걱정과 불안을 불러오고도 있는 것같다. 김주석사망이후의 북한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또다른 긴장과 돌발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에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걱정은 우리 정부당국에 의한 긴급안보·국무회의소집 및 전군특별경계령과 공무원비상대비령·경찰갑호비상령발동등으로 오히려 가중된 감도 없지않아 『국민은 추호의 동요없이 생업에 전념해 달라』는 대통령특별당부마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주석의 사망으로 크게 달라진게 아직은 없다. 우리의 분단현실과 일상은 여전하고 조만간 급히 달라질 조짐도 없거니와 그렇게해서는 더욱 일을 그르치게할 뿐이 아닌가.
그래서 성급한 기대나 지나친 불안보다는 이럴때일수록 처변부경의 침착함속에서 열심히 사는게 소중하다. 그런 자세라야만 김일성으로 상징되는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사실 국민들의 머리속에 너무나 오랫동안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아온 김일성망령이 그의 사망과 함께 그 상징성을 잃은채 앞으로 차츰 사라져 갈 것임은 분명하다. 김일성이라면 반세기동안 우리에게 「원수」의 대명사였다. 민족의 분원이 그의 이름하나에 쏠려 있었다. 그의 죽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이제 이 악봉같은 이름을 어서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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