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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술혼의 승리/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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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술혼의 승리/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보고

입력
199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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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는 한국에서 16명이 참가, 러시아 일본 미국에 이어 참가자가 많았다. 하지만 수상자 22명 가운데 한국이 2명으로 수상국 순위는 3위였다. 더구나 러시아가 9명이고, 2위인 미국의 3명 가운데 2명이 한국인이므로 한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입상자를 낸 셈이다. 피아노의 백혜선은 유일한 여성입상자였으며 바이올린의 고현주는 17세의 소녀로 1등없는 2등을 했으니 대단한 예술혼의 승리였다. 그는 콩쿠르 참가기간 1주일 동안을 몸이 아파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러나 본선 연주를 보니 신들린 마술사처럼 활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음은 힘이 있으면서도 가벼웠다.  고현주 앞에 러시아의 아나스타시아 체보타레바가 협연했으나 몸도 활도 무거웠고 음악성도 놀랄 수준이 아니었다. 발표를 보니 두사람이 공동 2위였다. 

 체보타레바는 특별상을 하나밖에 못 받았으나 고현주는 세 가지를 받았다. 「차이코프스키곡의 해석과 연주」상과 「음악성」상, 「최연소 입상」상을 주면서도 1등상은 주지 않았다.

 7월 1일 열린 시상식에 고현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관중은 계속 박수를 치면서 제니퍼 고를 외쳤다. 3일 주최측 간부가 이번 콩쿠르에 대한 소견을 묻길래 나는 서슴없이 제니퍼 고의 입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심사위원장인 빅토르 트레치아코프의 고집 때문』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고현주는 3차 협연 후 심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타TV(제1방송)와 인터뷰를 했다. 그때 고현주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혔다.

 일본은 바이올린 5위와 피아노에서 7위격인 디플롬을 받았을 뿐이지만, 2명 다 일본에서만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박영수 21세기 피아노교육학회 대표·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한국측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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