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최대장애 해소” 이견없어/「후계」붕괴땐 급격상황 올수도 김일성주석의 사망은 한반도통일을 위해 길보인가, 흉보인가.
북한체제가 김일성 개인과 일체화돼 있었고, 분단 원인 중의 하나가 그의 존재였다는 점에서 김주석의 사망은 한반도가 분단 반세기만에 비로소 통일을 향해 방향을 U턴하는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남북한의 통합을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의 사망이 우리가 바라는 순조로운 형태의 통일을 가져올 것인지 여부는 몹시 불확실하다. 남북정상회담과 핵문제 해결을 앞둔 이 시점에서 그가 사망한 것은 이같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를 더하게 하고 있다.
우리측에서 정통성을 갖춘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북한에서 김일성이 사망한 것은 앞으로의 통일논의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역사는 지난 93년과 올해사이 2년간을 분단 이후 시대를 구분하는 가장 큰 경계선으로 기록하게 될 것 같다. 군사정권과 개인우상화 독재정권이라는 과거의 짐을 벗어버린 뒤 남북한은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수요에 바탕을 두고 통일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일의 전망이 불확실한 것은 김일성 이후 북한정권의 향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서열 2인자이며 당조직비서, 국방위원장등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김정일이 북한체제를 당분간 이끌게 될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의 정권이 얼마나 안정성을 갖고 지속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는게 중론이다.
우리가 통일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맞게 될 북측의 상대는 약화된 김정일정권 또는 김정일정권 붕괴후 등장하는 새 정권등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김정일체제가 붕괴된 뒤 후속정권이 권력장악에 실패하면 극심한 무정부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측은 독일통일이래 크게 우려하던 급격한 흡수통일을 맞게 되고 동반자살격의 정치 경제적 지반침하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측은 이같은 공동혼란을 피하고 최소희생의 원칙에 따른 통합을 이룬다는 방침하에 점진적 통일방안을 추구해왔다.
따라서 우리측으로서는 우선 등장하게 될 김정일정권과 그 이후 과도체제에 대한 대응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통일 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측 지도자로서의 김정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우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는 김정일의 실질적 주도하에 친족내의 원로격인 김영주가 국가주석으로 취임해 상징적 국가원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 정권이 대남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정일정권은 우선 내부혼란을 수습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대남 및 대외관계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되 급격한 변화는 가능한 한 피하려 할 것이라는게 우리측 정부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따라서 불가피하게 우리측이 주도하지 않을 수 없는 역학구조에 빠져 들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혼란이나 무정부상태가 초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이 경우 체제유지를 위해 북한정권이 일시적인 긴장을 조성하거나 도발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새 정권이 어느 정도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통일지향적이고 개방적인 체제로 점진적인 탈바꿈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측의 우선과제다.
낙관적인 경우 김일성 사후 북한의 체제가 우리측에 유리한 입장으로 전개돼 통일정국이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동질성을 넓힌 자연스러운 통일로 가까워지는가, 북한의 붕괴로 함께 혼란을 맞는가는 당장 우리측의 대응에 따라 판가름날 수 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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